전 예전에 퇴사 및 이직을 장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입사한 지 며칠 안 된 후임들을 모아놓고 너네 빠르게 이직하지 않으면 몸값은 절대 뛰지 않는다며 설득한 적이 있어요. 퇴사를 한창 고민하던 당시의 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퇴사를 적극 권장하기도 했고요.
유튜브나 SNS를 보면 저런 말들의 썸네일과 영상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회사에서 의미를 잃고 고뇌에 빠지거나 한 사람들은 혹 하며 보게 됩니다. 그리고 깊은 공감을 합니다. 당시의 저처럼요.
퇴사한 지 2개월 하고도 반이나 흘렀습니다. 나오기 전까지는 아주 작지만 나름의 플랜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시간을 갖고 천천히 실행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애초에 계획에 없었는데 몇 개 올리다 보니 재미가 붙어 쓰게 된 겁니다.)
근데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릅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지나간다고? 라고 느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해보고 싶었던 것도 이제 시작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다 퇴사 6개월째가 금방 올 거 같아요. 이러다가 1년이 지나서도 이러고 백수생활을 하고 있진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각설하고,
퇴사에 다다라선 직장엔 미래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참 잘못된 생각을 굳게 믿었어요.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EBS다큐멘터리.
'회사에 미래가 없다는 아들과 회사밖에는 미래가 없다는 아버지' 편.
구글이 아무래도 제 폰을 해킹한 거 같습니다. 어떻게 당시 저의 고민과 딱 맞아떨어지는 영상이 뜨는 건지.
그 영상 속에는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한 30대 초중반의 아들과 아버지 간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입장이 많은 부분 공감이 되더라고요. 당연히 그랬겠죠. 당시의 저는 철저하게 아들의 심리상태였으니까.
퇴사를 장려하지만 많은 부분이 맞아야 합니다.
1. 책임져야 할 가족이 아내뿐이어야 한다.
2. 맞벌이여야 한다.
3. 당분간 아이 계획이 없어야 한다.
4. 빚이 없거나 많지 않아야 한다.
5. 집에서 쉬어도 눈치 주지 않을 아내여야 한다.
6. 최소한 6개월은 쉬어도 경제적으로 큰 문제없을 만큼의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7.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거나 하고 있는 게 있어야 한다.
8. 그것에 회사생활처럼 절박하게 접근해야 한다.
9. 생활이 망가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10. 매일아침 커피 사러 나가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아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퇴사의 조건 10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 10가지 중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5번입니다. 평소 아내와의 관계가 좋아야 할 거고요. 아내의 신뢰를 얻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듯 직장생활을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3일 전 올린 쇼츠영상 하나가 어제 짧게 알고리즘을 탔는지 조회수가 짧은 시간 오르더군요. 주요 내용은 이랬어요.
직장인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시급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사업가는 가치를 팔아 돈을 번다. 사업장에 나와 한 시간 앉아있는다고 누가 와서 돈 주지 않는다.
이슈가 될 만한 문장이라는 건 압니다. 순식간에 악플이 5개가 주르륵. 내 눈가에 눈물도 주르륵.
풀영상의 일부를 따와 앞뒤를 잘라 만든 쇼츠라 사람들이 오해한 거 같더라고요. 댓글에서 저는 성공팔이, 전청조가 되어있었어요.(ㅋㅋ) 풀영상을 보면 쇼츠에 나온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서 이해를 하실 거라 믿습니다.
직장인을 비하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도 16년이란 시간 동안 직장인으로서 살아왔으니까요. 다만 위 10가지에 해당한다면,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있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면 퇴사를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거든요.
꿈을 찾아 퇴사하세요!
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실은 차갑죠. 현실은 무섭습니다.
울타리밖에서는 나란 존재를 회사 안에서처럼 알아주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그렇게 무난하고 평탄하게 사는 것도 매우 훌륭하게 나쁘지 않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