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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Mar 17. 2024

40대에 퇴사하면 너무나 필요한 이것.

오히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신경 쓰는 요즘.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전 운동중독이었어요. 한창 할 때는 일주일에 6일을 운동했습니다.

미는 운동, 당기는 운동, 하체, 어깨 이렇게 나누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운동했습니다. 아무리 야근을 해도 집에 밤 11시 전에만 들어오면 운동을 한 시간 하고 12시 반에 밥을 먹고 새벽 1시에 잠에 들었었죠.


누구는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어요. 근데요. 자기 관리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중독이었어요.


관리를 해야겠어!

살이 찌지 않도록 근육을 만들고 관절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어!


따위의 생각이 아니었거든요. 그저 말 그대로 '중독'

한 번은 팔꿈치부상으로 수개월을 운동을 쉰 적이 있는데 정말 우울증 비슷하게 오기도 했거든요. 이렇듯 남이 보기엔 몸매관리를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에 중독되어 산지 수년.


그러다 작년 말 퇴사를 했습니다.

처음엔 좋았어요. 내가 '중독'된 운동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두 달째인가 집에서 쉬면서 이러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한심하다고 느껴진 어는 날. 괜스레 날 보는 아내의 눈빛이 이상하게 느껴지던 그때. 물론 아내는 조금의 변함도 없었습니다. 돈은 자기가 벌테니 더 쉬라고, 1년은 쉬라고 하던 아내였거든요.


그저 자격지심이었던 거죠. 그날 이후로 한 달을 내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날 생각하듯 아내가 날 한심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었습니다.


집중도 안되고, 하는 둥 마는 둥. 운동이 아닌 '노동'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혹시나 아내가 날 그렇게 보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다시 강조하지만 제 아내는 제가 회사를 다닐 때와 조금의 변함도 없이 절 대해주었어요. 그런 거를 따질만큼 계산적인 사람도 아니긴 합니다.

(지금은 저런 생각은 버렸어요~ 나를 위해 즐겁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염.

직장을 다닐 땐 금요일 퇴근하면 일요일 저녁까지 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저분하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의 모습으로 3일을 지냈어요. 머리는 덥수룩하고 수염은 지저분하고.


하지만 지금은 매일 면도를 합니다. 지저분한 모습으로 있으면 뭔가 게을러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 귀찮은 면도를 매일 합니다.


자기관리, 퇴사하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주어야 합니다.

집에서 쉰다고 퍼질러 있는 모습을 내 배우자에게 또는 가족에게 보이면 안 됩니다. 내가 일을 쉬고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보태어 겉모습까지 너저분하게 있다면 나에 대한 신뢰는 조금씩 떨어지게 됩니다.


쉬더라도 멋지게 쉬어야 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요.(할 일이 없더라도 말이죠.)

머리는 되도록이면 깔끔하게 정돈하고요.

손톱, 발톱, 코털, 귀 뒷부분 청소, 눈썹정리등을 꾸준하게 더 해주어야 합니다.


내 옆을 지켜주는 배우자 또는 가족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맞습니다. 그게 팔 할이죠. 하지만 이렇게 관리를 해줌으로써 나 스스로 내면의 강함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 준비되어 있다.

언제든 그게 무엇이든 물리적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


라고 스스로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 관리'인 것이죠.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글 쓰는 것을 잠시 멈추었었습니다. 아직은 그 좋지 않은 일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라 글을 뜨문뜨문 올릴 거 같습니다. 구독자님들의 너른 이해를 부탁드릴게요.


그렇다고 제가 뭐 우울해 있거나 다운된 상태로 지낸 것도 아닙니다. 매일매일을 나름 신나게 보내고 있으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는 댓글처럼 그런 걱정은 넣어두셔도 됩니다 :)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일주일에 6일 연속 운동은 완전 무리네요. 3일을 운동했으니 오늘은 완전한 휴식으로 근성장을 이끌어 내어 보겠습니다.


구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일요일 되시고요.

지난주부터 태닝을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자꾸 '백돼지'라고 놀려서 '흑돼지'로 갈아타려고 마음먹었거든요. 태어나 처음 해보는 태닝이라 조금은 그을린 모습의 제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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