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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Sep 09. 2024

연봉 1500만 원 직장인에게 힘이 되었던 그것.

미생 장그래가 오버랩되던 나.

미생을 대략 8년 전쯤 보았습니다.


드라마 초반 장그래라는 캐릭터의 환경이 사회초년생 당시 저의 상황과 너무 닮아있어 거의 '빙의' 되어 초 몰입감을 가지고 시청한 기억이 있어요.

특히나 정장이 없어 아버지 정장 입고 출근하던 장그래의 모습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구요.


1) 이혼가정에 가난하고 돈이 없던 집.

2) 어찌어찌 작은 회사로 취업을 했던 나.

3) 연봉 1500만 원 계약직.(실수령액 105만 원 받고 3년을 다녔네요 하하하)

3) 정장이 없어 첫 주는 검은색 면바지에 대학교 졸업앨범 촬영 때문에 동대문에서 샀던 셔츠만 입고 출근.

4) 부랴부랴 어머니 쌈짓돈으로 구입한 정장 두 벌.(1+1 행사로 두 벌에 무려 50만 원!)

5) 조심스레 입었지만 작업도중 겨드랑이 부분이 찢겨나가 마음 아파했던 기억.


정말 신기하게도 장그래의 드라마 초반과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하하하.


그렇게 시작한 사회생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기에 주머니에는 늘 오래된 MP3 플레이어를 찔러 넣고.

긴 유선 이어폰을 연결해 선이 꼬이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출퇴근길에 음악을 들었죠.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 가방 등에 이어폰 줄이 걸려 어이없게도 귀에서 툭 빠져 깜놀했던 기억.)


27살 당시.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현실로 인한 피해의식과 일종의 두고 보자라는 대상 없는 복수심에 불타던 시기였어요. (두고 보자 세상아!! 뭐 요딴게 아니었을까;;)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두 개의 곡이 저에겐 당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침 출근길마다 돌려 들으며 힘을 얻었어요. 그 두곡은 바로,

'Better than yesterday - MC스나이퍼'
'물어본다 - 이승환'


Better than yesterday 라는 곡에서 정확히는 노래시작부에 있던 Room.9 이라는 래퍼분의 가사 한 줄.

'현실에 맞서 싸우네 온실 속 너와는 다르게'


피해의식이 컸던 탓이겠죠. 이혼 가정에 가난한 집 아들이라는 그 누가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혼자만의 피해의식에 젖어있던 시절. 저 한 줄의 가사가 너무나 크게 다가왔었어요. 이 부분이 바로 '두고 보자 세상아'가 투영된 부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리고 국민가수 이승환 님이죠. 물어본다.

위 노래와 비슷한 맥락의 부분에서 노래에 빠져 들었었지요. 특히나 이 부분.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당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지금은 연봉 1500만 원의 소기업 계약직이지만 언젠간 큰 기업, 이름 있는 기업으로 가고 말리라 따위의 생각을 하며 전투력을 쌓았던 기억이 있네요.


글을 쓰는 지금도 오랜만에 노래를 틀어놓고 들으며 쓰고 있어요.

예전엔 패기도 넘치고, 겁도 없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세상에 무서운 게 너무나도 많고 잃을 것도 많아서인지 한 발자국 내 딛기가 참 망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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