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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03. 2024

갑질, 내 발작버튼.

험한 꼴 보기 싫었으면 누르질 말았어야지.

직장인들의 희망사항. 입버릇처럼 하는 말. 갑으로 가야지. 하나 물어봅시다. 갑으로 가면 직장생활 해피해질까요? 전 갑과 계약을 맺은 후 다이렉트로 지원하던 직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 하나 모두 갑의 세상속에서 16년을 살아왔죠.


견뎌왔다는 표현이 정확하진 않네요. 작게든 크게든 어느정도 기분을 분출하며 살았거든요.

갑님들의 더러운 갑질. 일전 글에서 말씀드린것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에선 어떤식으로든 제 할 말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게 설령 고객이었어도.


16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눌려졌던 내 발작버튼.

돌이켜 생각해보니 크게 네 번정도가 있었네요. 발작버튼이 눌려 폭주했던 기억이.


세 번은 대리, 과장시절. 한 번은 차장시절.

이미 퇴사한 지금이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하고 살고 있습니만. 당시엔 내 인생의 무언가를 짓눌린듯한 모욕감을 느꼈었습니다.


첫번째 폭주. 대리 시절.

영광스럽게도(?) 저의 첫번째 발작버튼을 눌렀던 분은 고객사의 차장이었습니다. 상황은 이러했어요.

업무 중 하나가 월간보고서 작성 및 보고 였습니다. 각 부문별로 작성해서 고객담당자에게 보고 하는 방식이었죠.


그중 하나의 보고서 내용이 기존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달라진게 제 마음대로 써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인풋된 데이터값이 기존과 달랐으니 보고서 내용이 달라졌겠죠. 데이터값에 기반하여 작성하는 보고서니까요.


데이터값 중에는 제 발작버튼을 눌렀던 고객사 차장이 준것도 있었습니다. 고객사 차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하고 보고를 했죠. 물론, 저의 역할은 최종보고가 아니었습니다. 각 고객사 담당자들에게 작성한 내용을 보고하는것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사 담당자는 별도 보고를 할것이고요.


변경된 내용에 대해 설명을 했고, 당신이 준 내용에 기반해서 작성한 이 부분이 기존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고객사 보고를 마쳤습니다. 듣는 둥 마는 둥, 미팅이 끝났습니다.


두어시간 후 걸려오는 전화. 그 고객사 차장이었습니다. 결과가 왜 이러냡니다. 아까 설명드린부분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한번 요약해서 얘기해주었습니다. 뭔가 언짢은듯한 고객사 차장.



나 : 보내주신 데이터나 내용을 보면 그 부분이 기존과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내용이 바뀐거고요.

고객사 차장 : 아니 X대리님. 내가 보낸 건 그런 내용이 아니었잖아요.

나 : 네? 그런 내용이 맞는 거 같은데요...

고객사 차장 : 어떻게 이렇게 해석이 되지? 제대로 읽어본 거 맞아요?

나 : 네네, 기존과는 변경된 내용이라 수 차례 읽어보고 보고서에 내용 적용하였습니다.(조금씩 열받기 시작.)

고객사 차장 : (언성을 조금 높이며) 그럴거면 미리 연락을 주던가!

나 : ...(빡친다.)

고객사 차장 : 듣고 있어요? 말이 없어요 왜!!

나 : 네, 듣고 있습니다.(사무적인 딱딱한 어투)

고객사 차장 : (언성을 높이며)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그리고 말투는 왜그래요? 뭐 기분나빠요?

                  원래 그런 말투로 고객과 통화하나요? 이거 잘못된 거 같지 않아요?

나 : (끊어진 이성) 미팅때 다 말씀드린거고요! 그땐 듣지도 않다가 지금와서 이러는시는것도 이해 안가고요!

      주신 내용을 보면, 누가봐도 이렇게 해석이 되는데 제가 잘못 이해한것마냥 이러시는것도 이해 안갑니다!

      그리고 말투로 꼬투리 잡으시는데 제가 뭐라 했나요? 대답한거지 않습니까!

고객사 차장 : 뚝!(전화 끊음)



저도 한껏 언성을 높였습니다. 5분뒤, 저희 팀장에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X랄을 해대더군요. 직원교육을 어떻게 시킨거냐. 평소에 책을 안읽는 사람이냐 등등. 팀장도 옆에서 제 통화를 듣고 있던터라 고객사 차장에게 전화가 오니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저를 데리고.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통화를 하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팀장이 좀 참지 그랬냐며 저를 다독니다. 고객사 차장이 뭣 같기로 유명했거든요.

제가 왜요? 라는 눈빛으로 팀장을 쳐다보고선 죄송하다고 했네요. 저때문에 욕먹은 건 어쨌든 당시 팀장이었으니까요. 이후로 그 고객사 차장에게 제가 다시는 보고할일이 없어졌습니다.


이 양반, 이후에도 다시한번 폭발할만말을 했지만 팀장얼굴보고 참았습니다.

전 남자입니다. 운동을 마니 좋아하구요. 비즈니스 케주얼을 입던 당시, 고객사 차장이 미팅건이 있어 사무실로 왔었는데. 저에게 던진 한 마디.


"어이구, 저 젖통봐라."


정말 죽빵을 후려쳐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의 윙크사인에 회의실을 그냥 나오는것으로 마무리.

소설같죠? 혹시 취업안하신 분들이 보신다면 거짓말 같죠?

지금부터 거의 13년전 얘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분명 이런 인간은 있을겁니다.



두번째 폭주. 대리시절.

지금도 생각하면 짜증과 스트레스가 올라옵니다.

고객사 차장과의 일이 일단락되어 평온한 상태로 일을 하던 어느 오후.


고객사 시원과 메신저로 업무상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약 1년전쯤 입사한 여성 신입시원. 사이즈가 큰 기업에선 프로세스가 너무나 중요합니다. 말로 얼버무리며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프로세스를 무시한 업무진행으로 인해 만일 이슈가 생기면 여러명이 피보게 되거든요.


지금 당장 어떤것이 필요하다며 담당자인 저에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고객사 과장, 차장급 사람들도 정식적으로 프로세스를 밟아 일을 진행해왔습니다. 고객사 사원은 업무를 처음 맡아 진행하다보니 그런 거 같았습니다.


차분하게 메신저로 프로세스를 설명해주었어요. 요청한 그부분을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메신저상으로는 진행이 안된다. 라고 말하며 절차를 알려주었습니다. 메신저로 같은말을 반복합니다. 해달랍니다. 무지성으로 해달랍니다. 그럴 시간이 없답니다.


안된다고 한사코 거절하자 걸려오는 전화.



나 : 감사합니다. X팀 X입니다.

고객사 사원 : 해달라고요!!! (다짜고짜 소리지르며)

나 : ....(당황 + 어이없음)

고객사 사원 : 여보세요! 제가 그럴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빨리 진행해주세요!

나 : (끊어진 이성, 높아진 언성) 왜 소리를 질러요! 메신저로 절차 다 설명해줬잖아요! 지금 뭐하는겁니까!

      이렇게 소리지른다고 될일이에요 이게??!!

고객사 사원 : 와.. 진짜 친절하다.(옆사람에 말한 듯, 소리가 작아지며) 뚝!

나 : (전화를 부서져라 끊으며) 아오 XX!!



다시 쓰면서도 진짜인가 싶습니다. 신입사원이고, 제가 아무리 을의 입장이지만 그래도 당시 8년차였는데. 해당 고객사와 일을 거의 6년째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례한 사람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겪어봤습니다.


마지막에 비꼬는 말까지 아주 완벽하게 사람 기분을 잡쳐놓은 저분.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요?

사회생활한지 1년만에 아주 더러운 갑질은 어디서 배웠을까요.

결론은, 저 사원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절차대로 밟아서 약 4시간 뒤 요청한 내용을 전해주었습니다.


정말 상식을 초월한 일들이 실제 회사에서는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싸움닭이 안되겠냐는 말입니다.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니려면 간디의 초연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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