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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호지방이 Oct 15. 2023

외화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일기처럼 쓰고 다녔다

너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

세상이 물에 빠트린 글자처럼 흐릿해졌다

대화를 하고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자막 없는 외화를 켠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추측해서 따라가는 수밖에     

 

영화가 시작하면 

노란 빨간 단풍이 화면을 잠식한다

온전한 나의 의지로 반은 억지로

나뭇잎들이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가을비 같이 드문드문한 만남을

더이상 이어가기 어려울 즈음 낙엽이 졌다

더는 붙잡고 있기가 버거웠다

비내리는 엔딩크레딧

부스러진 낙엽을 주워

한때나마 내 마음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여줘서 고마웠다고

자막을 달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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