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위대함에 대해 체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음악캠프의 배철수 아저씨가 그렇고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이 그랬지 않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오랜 세월 변치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행위에는 감동이 있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간 시골마을의 작은 식당이 오랜 세월 그 터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끼는 뭉클함이랄까.
글쓰기 모임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시골마을 작은 식당의 주인이 되자는 다짐이 컸다. 비록 음식이 맛도 없고 조악하겠지만, 간도 잘 안 맞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기만 하자. 한주에 하나씩 내가 겪었던 일들을 충분히 느끼고 잘 정리해 내어놓자. 그것만 해내도 삶에 소중한 흔적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 오랫동안 꾸준히. 변치 말고.
2023. 7. 8.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날짜다. 고작 1년 만에 작은 식당의 주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 따위는 와르르 무너졌다. 도처에서 폐업의 유혹이 뻗쳐온다. 식당이 폐업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일단 주마다 겪는 일들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감정만이 자리 잡고 있다. 단지 시발시발로 이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또 뭐가 있을까. 프로그램 두 개를 동시에 돌리고 있기도 하고. 현장에 붙박이로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이기도 하고.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등등등. 합리적인 이유로 무장한 여러 가지 사유 앞에 벌금으로 시간을 사보기도 했지만 액수가 너무 빡세다. 식당으로 치면 적자다. 폐업 위기다 폐업 위기.
누가 봐도 폐업이나 휴업을 하는 게 자명한 하늘의 뜻이거늘, 나는 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가. 도대체 돈을 얼마나 더 내야 GG 치고 게임판에서 떠날 생각인가. 스스로와의 대화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이미 판세가 기운 게임. 그럼에도 아직 GG를 치지 못하는 이유는 대인 관계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 공간에 살짝살짝 풀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람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땀에 쩔은 채로 아이패드에 의식의 흐름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라도 무언가를 썼으니 이번주는 GG를 안 쳐도 될 테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