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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매거진 Jul 29. 2020

왜모태챌린지; 왜 제기차기 못해?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본다




 여자가 제기를 차는 모습은 익숙하지 않다. Tv 예능 프로에서도 제기차기가 게임으로 선택될 땐 출연진이 모두 남자다. 왜 그런 걸까.


 제기차기의 개관을 살펴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제기를 차면서 재주를 부리거나 누가 여러 번 찼는가를 겨루는 남자아이들의 놀이.” [문화 원형 백과 출처]. 그렇다. 애초부터 남자아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였다. 성별이 벼슬이었던 조선 시대에는 놀이까지 남자, 여자 구분해서 놀았으니 그 의식이 현재까지 전해져 온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이 팔다리 달렸고 신체 구조가 그다지 다르지 않은데 여자라고 못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왜 못해? 그 질문이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간 순간 우리는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여자 제기차기'로 검색한 결과



 어느 정도 차면 잘 차는 건지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여자 제기차기'라고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여자가 훨씬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이 정말 공공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비단 시선이나 의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말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제기차기를 훨씬 못한다.


 왜 정말로 여자가 남자보다 제기차기를 못 할까? 공간지각력이 부족해서? 골반 구조와 너비가 달라 다리를 잘 못올려서?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답을 제기를 차기를 시작한 첫날부터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운동 부족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장에 나가 축구공을 차고 놀았던 사람들과 가만히 앉아 소꿉놀이, 인형 놀이를 하던 우리는 체육적인 감각이 다르다. 한 마디로 운동신경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채 성장했다는 말이다. 제기가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얼마나 강한 힘으로 차야 하는지, 또는 중심을 잃지 않고 발을 들어 올리려면 어떻게 서야 하는지, 제기를 수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발 모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일이 깨닫고 배워야 하는 그 감각들이 밥 먹고 공차는 게 취미였던 사람들에게는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지난 시간들이 아까웠다. 왜 어린 시절의 나에겐 아무도 뛰어놀아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는지 뭔가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일주일 동안은 1~2개를 차는 것도 어려웠다. 우리가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떨어지는 편이긴 하지만 호기롭게 도전한 것 치고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처음엔 발에 제기를 맞게 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내가 이렇게까지 몸이 둔했나 답답한 심정이었다. 연습으로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알지만 막막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쩌다 한 번 차게 되면 저 멀리 장외 홈런을 치게 되고 폼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안정감이라곤 1도 없었다.


올라가는 손을 보면 실패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 일주일도 아침에 30분, 1시간씩 제기를 찼다. 그래도 전주보다는 조오금 안정적으로 1~2개를 찼고 어쩌다 3개, 4개도 찼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익히는 일에는 역시 노력이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았다. 이제 제법 자세도 한쪽 발을 닭싸움할 때처럼 올리고 올바른 ‘제기차기 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미숙한 부분투성이였다. 발 높이가 한 개를 찰 때마다 점점 올라가고 안쪽으로 차는 게 잘 안 돼서 시작한 자리에서 자꾸 앞으로 나갔다. 6개 이상을 차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리듬감 있게 안쪽으로 발을 차는 연습을 계속했다. 날씨가 더워져 30분 이상 계속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집중도도 떨어지고 자꾸만 헛발질을 했다. 역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모든 운동이 다 어렵구나. 또 앉아서 소꿉놀이하던 지난 시간들이 아까워 졌다.




신발을 신고 해야 발이 아프지 않다 / 자꾸만 빠지는 제기의 수술



 대망의 3주 차에는 처음으로 5개, 6개, 7개까지 차봤다. 7개를 찰 때는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수십번 중에 한 번이지만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처음 한 개가 잘 맞는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 두 번째 세 번째는 처음 시작한 자리에서 리듬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각을 터득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그게 잘 안돼서 나름 터득한 노하우다. 여전히 자주 떨어트리고 장외 홈런도 더러 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어떤 ‘감’ 같은 게 생겼다. 이렇게 되기까지 3주나 걸렸다니…. 자전거 타는 걸 배울 때도 이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제기는 스포츠나 놀이 보다는 재주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커스 곰이 된 심정으로 열심히 매일 아침 땀을 뻘뻘 흘리며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덕분에 복사뼈 가까이 제기 머리가 잘못 떨어지는 부위에 멍도 시퍼렇게 들었다.



실제로 보면 심각한데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는 멈....




 #느낀점


 이번 챌린지를 통해 여자가 남자보다 제기차기를 못 하는 이유는 선천적인 감각이 때문이 아니라 후천적인 훈련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수의 경지까지 간다면 신체적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체력과 운동 감각이 길러진 사람인가 아닌가의 차이만이 우리의 체력과 운동실력을 결정하는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의 대부분은 사회에 의해 길러진다. 초등학교 축구부 동아리에 여자가 없는 것도, 십자수 부에 남자애가 들어가면 놀림을 받는 것도 사회가 정해 놓은 성역할 때문이다. 그렇게 십자수, 뜨개질, 인형 놀이, 소꿉놀이, 공기놀이만 재미있어하도록 길러진 여자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체육 감각이 무뎌지게 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남자가 선천적으로 여자보다 운동을 잘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축구가 재미있는 운동인지 아니면 지루하고 시시한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다고, 혹은 여자아이라서 해야 한다고 가르침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공을 차고 놀았다면, 점심시간에 땀 흘리며 농구 한 판 하는 게 일상이었다면 아무리 운동신경이 무뎌도 제기 한 번 차는 게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운동신경을 키우고 둔해진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은 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렇게 제기 몇 번 차는 것에 헥헥대며 약하게 살기는 싫지 않은가. 지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체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났을지 모를 운동신경을 점점 더 썩히지 않도록, 더는 늦지 않게 내 몸의 체육 감각을 서둘러 깨워 놓아야 한다고 느꼈다.



 여자는 7개, 남자는 15개를 차면 사과를 주는 축제에서 당당하게 20개 차고 사과를 받아오는 그 날까지…








상세한 과정과 더 많은 내용은 유투브 영상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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