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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저 비정규직 포닥입니다

by 버팀목

학생들은 절 교수님이라고 불러줍니다.


참 고마운 일이에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사법고시쯤은 6개월이면 합격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전 경찰관으로서도 배워야 할게 많았거든요.


제 아내는 잘 알 거예요. 27년간 정말 미친 듯이 살아왔어요.


대학원에 진학한 건 다른 이유가 없어요. 조직에서는 배울 게 없어서 갔습니다. 박사도 교수를 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석사를 마치는 순간 내가 아는 모든 건 정말 쥐똥이구나를 알아서예요. 박사를 마치고 나서는 자괴감이 왔어요. 전 정말 무식한 인간이었구나.


공부를 마치고 맘이 평안했었는데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습니다.


펼치는 책마다 모르는 것 천지예요. 대체 세상에는 왜 이렇게 대단한 인간들이 많을까요?


전 가끔 쿠팡 배달을 합니다.


소소하게 버는 2500원, 운이 좋으면 4,500원짜리도 잡아요. 상하차 작업을 하면 10만 원이나 줘요. 저에게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저녁에 주방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데 나이 때문인지 연락이 안 오네요.


용기를 내서 노숙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40대 초반이었으면 노래방 웨이터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평생 공부하신 교수님들을 제가 어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마치 사기 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짭새는 감히 누굴 가르칠 정도의 지식이 없어요.


시간이 되시거든 짭새 출신 교수들의 강의를 들어보기를 권합니다.


인사이트는 없으며 창출한 지식도 없고 그간 경험한 지식 쪼가리의 향연이니까요. 저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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