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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훈련방법

by 버팀목

여러분 PT 체조 아시죠?


120명이 PT 100개를 합니다.


99까지 숫자를 외치다가 마지막 100에서는 숫자를 세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아요.


항상 그렇지만 꼭 한두 명은 100이라는 수를 외칩니다.


그러면 다시 훈련이 시작돼요.


이번에는 조건이 바뀝니다. 10의 배수에는 소리를 내지 말래요.


여지없이 실수를 하는 동기가 생깁니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동기들은 훈련을 주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틀린 동기를 비난합니다.


이게 군중을 길들이는 방법입니다.


입학을 하고 기숙사를 배정받았습니다.


1학년은 매일 아침 선배들 방에 우유와 신문을 배달해야 했습니다. 화장실 청소와 복도 청소도 해야 했고 매일 저녁 점호를 받았어요. 이불의 각이 삐뚤어지거나 창틀에서 먼지가 나오면 단체 기합이었어요. 기합을 받으면 생활실 동기들이 지적받은 곳을 담당한 동기를 찾아 비난합니다.


몇 달이 지나고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대학에 온 건데 왜 군대 같은 생활을 해야 할까?


그 이후로 저는 제 구역을 청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동기들이 같이 훈련을 받았어요.


동기들을 설득했습니다. 달랑 3명이에요. 우리 다 같이 하지 말자 그리고 훈련받자.


웃긴 현상이 생깁니다. 그 동기들이 내 구역까지 청소를 하는 거예요. 점점 저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 하루이틀 이러한 소소한 투쟁은 끝이 나고 다시 내구역을 열심히 청소했어요.


우리는 권력자에게 투쟁하기보다는 서로를 원망하며 삽니다. 저의 이 비굴함은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유전자에 박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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