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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가는 방법

반드시 비굴하게 사셔야 합니다.

by 버팀목

여러분은 잘 살아가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겁하게 살면 됩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누군가 강간을 당하고 있어도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니까 그냥 지나쳐 가야 해요.


신고라고 했다가는 가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어요. 독서실에서 어떤 남학생이 여학생을 강간했는데 아무도 신고하지 않고 수십 명이 구경만 했던 사건이죠.


이번 달 초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자살을 했잖아요.


그럼 "병신 왜 뒤져 그냥 살지"라고 하시면 돼요.


회사에서도 상사가 시키는 일에 토를 달지 않고 굽실거리면서 '네네' 하면 됩니다.


그러면 칭찬도 받고 인사고과도 좋고 성과급도 많아지고 승진도 빠르거든요.


이렇게 작은 비겁함이 모이고 모이면 그 현상이 우리나라 전체에 퍼지게 될 거예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살아남은 놈이 대통령이 되는 거죠. 그러면 다시 그 대통령 밑에서 굽실거리면서 한 자리 차지하면 참 인생이 즐거운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자기가 비겁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가슴속 구석에 남아 있는 양심이 날 귀찮게 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세뇌를 하셔야 해요. 원래 이 세상은 그런 거야 이런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야


지 몸 하나 희생해서 사회를 바꾸려고 분신을 하는 놈들은 멍청해서 그런 거야 지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병신 같은 놈. 자기 가족도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놈.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스스로 세뇌를 하셔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괴물이 되지만 스스로는 마치 천사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단 한 가지 감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여러분과 같은 괴물에게 당하게 되어도 그냥 내버려 두셔야 해요. 여러분의 자녀나 연인이 당신과 같은 사람에게 당했을 때 갑자기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여러분이 산 인생은 모순이 되어 버리거든요.


여러분의 자녀나 부모가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해도, 혹시 범죄의 피해를 당했는데 경찰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이태원에서 죽은 159명의 중의 하나여도 절대 분노하지 마시고 끝까지 국가와 사회와 권력에 비굴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셔야 해요.


"참아, 네가 분노해 봤자 니 손해야 그리고 원래 이 사회가 그래"


이 약속까지 하실 수 있다면 반드시 인생을 비굴하게 사세요. 대한민국에서는 투쟁을 하면 병신이 됩니다. 또는 그 투쟁하는 자의 편에 서면 그 또한 병신이 됩니다.


비굴하고 숨고 참아야 대한민국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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