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과 행정학은 경찰에 특화된 학문이 아닙니다. 전두환이 단순히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학과에 불과해요.
외국 경찰관들을 만나서 한국의 경찰대학에 법학과와 행정학과만 있다고 하면 다들 코웃음을 칩니다.
법학과 행정학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셜록 홈즈, 범죄도시, 마동석, 코난 등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과연 경찰대학 졸업생 중에 수사실무를 직접 경험한 사람 또는 수사실무를 2년 이상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0.1%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경위로 임관해서 몇 년 안에 경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환장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순경 공채 출신들처럼 수사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경찰대학생들이 1990년대 말부터 경찰서 조사계로 발령을 받기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다들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으로 도주하면서 이상한 현상이 생깁니다.
첫째, 수사경과제도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요.
검찰이 씌운 프레임에 홀딱 넘어가게 됩니다. 당시 검찰에서는 '경찰은 수사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경찰은 홀딱 넘어가서 '수사경과제도'를 만들어 버립니다. 이때부터 경찰의 주요 임무인 범죄예방 부서인 지구대나 파출소 직원들은 '비전문가'로 낙인 찍히게 되죠. 또한, 수사관들은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의 어려움을 겪지 못하게 되면서 국민에 대한 서비스 개념보다는 권력작용으로 수사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둘째, 수사과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듯이 갈아치우는 정책을 펼칩니다.
한국에는 범죄수사를 하기 위해 제대로 된 학문 커리큘럼이나 훈련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상 도제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고 OJT 방식의 훈련이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훈련은 팀체제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팀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년간의 경험들이 귀납적으로 체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찰 내 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찰대학 출신 고위직들은 경찰서 수사관들을 모조리 초보 수사관으로 교체해 버립니다.
외무고시 출신인 조현오 청장이 있을 때는 경찰서 수사과 직원의 50%를 여경으로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어요. 전체 경찰 중 여경의 비율이 10%도 안되는데 어떻게 수사과 직원의 반을 여경으로 채웁니까? 참으로 어리석지요?
셋째, 법조인이 수사를 잘할 수 있다는 멍청한 사고를 주입합니다.
변호사, 검사, 판사를 100년 했다고 하여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조인은 사실을 법률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만 수사관은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일한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무식한 경찰대학 출신의 기획자들은 검찰의 프레임에 홀라당 당합니다.
검찰이 자신들을 법률전문가라고 하니 경찰도 법률전문가라고 우기기 시작합니다. 경찰은 법률전문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일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은 우리 정부가 각자의 능력을 통해 협업하기를 바라지 서로 자기들이 잘났다고 우기기를 바라지는 않거든요. 검사들이야 당연히 법을 잘 알지요.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경찰대학 출신 기획자들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고 변호사들을 수사관으로 특별채용하기 시작합니다.
범죄수사가 무엇인지도 연구한 적도 없으며 그 범죄수사를 잘하기 위한 교육체계도 제대로 수립하지도 않고 그 범죄수사를 제대로 해 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범죄수사를 망쳐 놨습니다.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는 수사관들의 경력이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1년? 2년? 이 정도도 많은 것 같은데요. 특히 경찰대학생들은 수사과에 발령을 받자마자 도망갈 궁리를 하다 보니 직무유기를 무릅쓰고 승진시험을 공부하거나 로스쿨로 갈 준비를 합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으로 도피행각을 벌인답니다.
1990년대 말 경찰대학생이 수사과에 근무를 시작하면서 10년, 20년 이상 근무한 범죄수사의 베테랑들을 모두 몰아냈습니다. 경찰대학생이 대한민국의 수사를 망쳐 놓는 동안 검찰은 6000여명에 이르는 검찰 수사관을 뽑아 그들을 수족으로 부리면서 대한민국에서 온갖 횡포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국민의 열망이었던 검찰개혁을 경찰대학생들의 자격지심이 모두 망쳐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