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계장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참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어요.
제가 직접 무엇을 하면서가 아니라 베테랑 형사들의 말투, 행동, 참을성, 배려, 여유를 보면서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번은 12명의 남자 중학생들이 6학년 여자 아이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늘 조심하고 세심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설사 범죄를 저질렀어도요.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형사들과 작전 회의를 했어요. 12명을 동시에 검거해야 피해자에 대한 보복이나 도주를 방지할 수 있거든요. 도주를 하는 아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될 거예요.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우리는 12명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저는 그중 주범이라고 하는 아이를 데리러 갔어요.
아이는 집에 누워 있었는데 형사 아저씨를 보면서도 태연히 누워 있었습니다.
"야 짭새들이니? 니들 할 일도 없나 보다. 중학생이나 잡으러 다니고"를 비롯하여 온갖 욕설을 해 댔습니다.
물론 저도 민원인들이 욕설을 하면 모두 받아 주는 편이지만 그때 같이 갔던 나이 지긋한 베테랑 형사가 나서서 한 마디 합니다.
"그래 아저씨 짭새 맞아, 하고 싶은 욕 다 하고 같이 가자"
그 아이는 지칠 때까지 욕설을 하고 나서야 우리를 따라나섰습니다. 그 아이의 팔을 잡거나 수갑을 채우지도 않고 데려왔어요.
베테랑 형사가 직접 그 아이를 조사했습니다.
그 형사는 계속 들어주기만 했어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기간 듣기만 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베테랑 형사한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요. 어른들이 혼내기만 하고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했는데 제 말을 들어준 사람은 처음이에요."
그 아이는 부모님이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주위의 어른, 선생님 모두 그 아이를 무시하고 멸시했었데요.
그 아이는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죄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는 우리 형사들이 참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점차 이러한 베테랑 형사들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