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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신

by 버팀목

체사레 벡카리아는 가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한 사회에 10만 명의 인간들이 있다고 하자. 혹은 가장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2만 단위가 있다고 하자. 만약 그 사회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거기에는 10만의 시민이 있고 노예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그 사회가 가족으로 구성된 결사체인 경우라면 그 사회에는 2만의 시민(가장)과 8만의 노예(자녀)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경우에는 하나의 공화국이라 하여도 그 구성원은 2만의 소군주이다. 하지만 모두가 시민인 전자의 경우에는 공화제적 정신이 공공의 광장 및 집회에서는 물론, 개별 가정의 담 안에서도 살아 숨 쉬게 된다."


저는 그의 말에 전적을 동의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가족은 더욱 그러합니다.


모든 가장을 포함하여 부모는 아이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여기기보다는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이 대학을 가기를 원하고 의사가 되기를 원하고 대기업에 가기를 원하는 모든 희망은 소유의 표현일 뿐입니다.


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의 많은 부분은 그 가족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들이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할 때까지 부모의 영향하에 있기 때문에 인생의 3분의 1을 가족에 종속되어야 합니다.


인생의 3분 1을 부모에 대한 복종과 두려움(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 때의 비난과 자존감의 상실도 포함됩니다) 속에 살고 이러한 것에 익숙해져 버리면 노년이 되어도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하지도 못하고 악덕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감히 맞설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살아갑니다.


시민이 되기 이전에 이들은 이미 자본주의에 물들게 되고 좋은 학벌을 가지지 않으면 가치 없는 인생을 살 것이라는 것과 성공하지 않으면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학습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의 학생역량은 높지만 번 돈의 대부분을 아파트에 투자하고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면 실패한 것으로 여기며 평생 부채를 갚기 위한 부채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장애물과 불의에 저항할 여유를 잃어 갑니다.


전 부디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녀들을 소와 양처럼 사육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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