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은 '충렬을 드러내는 날'입니다. 민족과 국가의 수호 및 발전에 기여하고 애국애족한 열사들의 애국심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모든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 추념일입니다.
개인들은 그들의 의사의 총합으로 국가를 창설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 거예요.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나라가 위험에 처한 경우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지게 되며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희생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과연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에 의한 것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전쟁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왕과 장군들은 참으로 멋지게 묘사되지만 절대다수를 이루는 병사들은 개미떼처럼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피라미드나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만리장성의 웅장함에 감탄하지만 이러한 웅장함을 위해 동원된 백성들의 피와 땀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도 비슷합니다.
전쟁이 나면 피난길에 오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태풍이 예고되거나 지진이 예고되거나 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들은 전쟁도 재해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도피는 아주 정상적인 생존의 본능입니다.
그러한 생존의 본능을 역행하면서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난 주권자야 그리하여 당연히 국방의 의무가 있어'라는 생각이었을까요?
'젠장 하필 이럴 때 군대에 와서 ㅠㅠ 내 팔자야'라고 생각했을까요?
전쟁에 대비하고 국민의 세금을 쓰고 국민을 동원하여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게 하고...
이 모든 것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일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은 정부나 대통령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 주권자의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