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무원들이 초과근무 수당을 가짜로 타 가는 것을 정말로 극혐 했던 사람이에요.
그건 범죄거든요. 왜 사람들은 일한 만큼 가져갈 생각을 안 하는지 아무리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말단 공무원들이 가져가는 그런 횡령금은 정말 코 묻은 돈이에요. 여기저기 정부부처에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돈들이 꽤 많아요. 그 돈을 만지려면 사실 계급이 올라가야 가능합니다.
1990년대만 해도 전산으로 처리했던 시절이 아니었고 초과근무수당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4급 서기관 정도만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직원들에게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져갔어요.
150명 정도 되는 부대의 경우에는 쌀을 횡령해서 돈으로 바꾸고 중대장이나 대대장이 가져가는 게 당연했고요.
물론 지금은 코 묻은 돈들은 시스템으로 제어를 하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시스템은 변했겠지만 그러한 공무원들이 범죄적 욕망은 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 범죄적 욕망을 채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시스템에 가려져서 돈을 가져갈 수 없을 때는 일단 일을 안 하는 방식으로 보상받아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형사한테 돈만 줘도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해 줬어요. 그러다 보니 형사들은 일이 즐거웠죠. 일을 하면 할수록 돈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소장만 들고 가도 짜증을 냅니다. 결국 일처리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요.
그러면 고위직들은 어떻게 할까요?
특히, 정보비나 특활비가 있거나 은밀하게 마약을 수사한다는 명목의 예산을 쓰는 곳은 어떻게 할까요? 뻔합니다. 심지어 정보비를 현금으로 써야 하는 국정원 직원들은 현금을 외교행낭에 배달시켜서 사용하기도 해요.
간혹 뉴스를 보면 시의원들이나 구청의 간부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간다고 하잖아요. 뭐 그러면서 사실은 여행이다 뭐다 하잖아요. 그게 다 그런 보상들입니다. 해외에는 나가고 싶은데 자기 돈으로 가기는 아까우니 공무원들의 인력으로 해외순방 일정을 짜게 하고 그중 일부에 공공기관 일정을 넣어두고 나머지는 그냥 관광이에요.
심지어 그런 일만을 대행해 주는 여행사도 많아요.
제가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도 외교업무도 해 보고 대통령 순방행사도 해보고 국제교류업무도 해 보다 보니 참 별 짓거리들을 하는 걸 목격하게 되었네요.
우리나라 그리 투명한 나라 아니에요. 언제가 되어야 몇백 년이 흘러야 공직자들이 제대로 공직을 수행할 날이 올까요?
저는요. 안 올 거라고 확신해요. 공직을 하는 사람이 국민의 봉사자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공직자가 되는 작금의 문화로는 결코 깨끗한 대한민국은 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국민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밝혀내고 혼을 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