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팀목 Sep 13. 2023

친구가 어려우면 널 팔아서라도 난 친구를 도울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참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그에게도 철칙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 철칙이라는 것이 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하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난 친구가 어려우면 널 팔아서라도 친구를 도울 것이다."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자식을 팔겠다는 말이 서운하기도 했던 말이고 잔인한 말이자만 어쩌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왜 우리는 이토록 넓은 세상을 살면서 고작 자기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살까요? 참 아둔합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잔인한 말을 하면서 나름 그 논리를 이야기해 주었어요.


"내가 내 친구의 아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내 친구가 내 자식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두 가족 모두 득이 되니 그리 해야 하는 것이다."


완전히 맞는 말입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잘 못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히려 남의 자식까지 품어 줄 수 있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자식이 더 훌륭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강력팀장을 할 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었어요. 중학생 10여 명이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를 수개월 동안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학생 10명을 모두 출석을 시켜서 조사를 받다 보니 어떤 아이가 어떤 부모의 아이인지 다 맞출 수 있는 지경이었어요.


가장 못되고 버릇없고 폭력적인 아이의 부모는 오자마자 아이에게 묻는 첫마디 질문이 "누구누구야 혹시 형사가 너 때리진 않았니?"였습니다. 그 부모는 아이가 왜 왔는지 그리고 그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그런 것은 전혀 안중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느낍니다. 아이는 잘못이 없구나. 그 부모가 잘못이구나.


그 아이가 어찌 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부모처럼 커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감 그 하나면 견딜만할 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