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입헌 독재를 원했던가?
계엄은 로마의 고전적 독재 체제에 유래를 두고 있습니다. 현대 입헌민주국가에서는 이를 두고 입헌적 독재라고 표현합니다.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온 이 계엄이라는 용어는 "적이 쳐들어옴으로 방비를 굳게 하는 것을 계엄이라고 한다." 뜻에서 유래합니다. 영미법계에서도 계엄의 궁극적인 의미는 무장반란을 일으킨 시민들을 향한 정부의 선전포고입니다.
즉, 계엄이라는 것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일소하기 위한 조치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계엄법 제2조 제2항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것은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사태를 의미하고 이런 상태에서도 행정과 사법기능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계엄을 선포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이번 계엄은 계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합니다.
또한 계엄을 선포할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절차 상의 하자도 명백합니다.
또한 그 절차 상의 하자가 없었던 경우라고 할지라도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므로 이 또한 법률과 헌법에 어긋납니다.
결국, 이번 계엄은 세 단계의 조건 모두를 흠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엄이 정당하다는 둥 떠들어 대는 자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역겹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인정하고 그다음의 수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새인데 우리는 지금 당연한 것조차 아니라고 우겨 대는 논쟁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분명 정부와 국민 간의 대결 구도인 것인데 마치 국민과 국민 간의 갈등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