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마케팅으로 수사조직 키우기

꼬리가 개를 흔드는 수사 中

by 버팀목

'칼이 나쁜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칼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게 나쁜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은 없다. 살인자도 사람을 죽이고 사형집행수도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하다가도 사람을 죽이고 날 죽이려고 하는 자를 죽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마약은 나쁜가?'


이 질문에도 역시 명쾌하게 답할 수 없다. 마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고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나쁜 것인지, 마약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나쁜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도 역시 주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마약', '도박', '성매매'는 오래전부터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이유로 비범죄화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비범죄화라고 한다고 하여 이러한 행위를 방치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비범죄화란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형벌로써 다루느냐는 문제일 뿐이다.


'간통죄'를 이해하면 쉽다. 간통행위를 벌금형도 없는 범죄로 취급받았으나 간통죄는 이미 우리의 형법전에서 사라졌다. 결국, 범죄라는 인식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다.


어제저녁 경찰청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와 술을 먹다가 웃긴 이야기를 들었다.


"강원도 경찰서에 근무하는 외사과 직원이 전화가 왔는데 마약 때문에 죽겠데, 외사과 직원들한테도 마약사범 잡으라고 난린데 제발 경찰청장한테 이야기를 해서 작작하라고 해달라네 ㅋㅋㅋ"


"아직도 그러니? 자치경찰제 할 때 수사업무와 정보업무를 국가경찰이 가지고 있으려고 했던게 바로 이거야 독재정권에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니까, 아직도 전국의 경찰을 자기 입맛대로 굴리는구나 대체 우리나라는 언제 변할까?"


요즘 마약수사가 난리다.


앞서 몇 토막 이야기를 던졌으니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마약 범죄 예방을 왜 수사에서 할까?'


마약범죄는 비범죄화의 대상이다. 그리고 범죄라고 할지라도 그 마약의 사용법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다르다. 그리고 마약을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면 마약을 유통, 남용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며 이는 예방의 영역이다. 결국, 수사조직이 나서서 깝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범죄가 발생하여 수사를 하는 것과 범죄를 찾기 위해서 수사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범죄가 발생하여 수사를 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행위이지만 범죄를 찾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은 사찰로 이어지며 과도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며 국가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지며 다른 영역에 대한 범죄예방을 소홀히 하게 함으로써 결국은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이러한 공포마케팅과 모순적인 수사행정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오로지 수사조직일 뿐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놈들일 뿐이다.


마약, 학교폭력, 성폭력은 공포마케팅의 주요한 키워드이다.


다른 수많은 범죄와 비교도 하지 않은 채, 그리고 그 범죄의 해악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그저 공포마케팅을 통해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수작일 뿐이다.


피로를 풀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한 연예인과 논문을 표절하여 박사학위를 받아내고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자 중에 누가 더 나쁜가?


정신을 빠짝 차려야 한다. 수사조직이 나대는 나라는 독재국가이다.


수사조직은 국민이 범죄 피해를 보면 이를 잘 조사해서 재판을 받도록 돕는 기관이지, 온갖 국정을 농단하면서 나라 전체를 지들 맘대로 재단하는 그런 정치적인 기관이 아니다.


국민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범죄수사팀에는 수사가 뭔지도 모르는 경찰대학 졸업생을 앉혀 두고, 시골 경찰서 외사과 직원에게까지 동원하여 온 경찰조직으로 하여금 마약수사를 하라고 지시하는 경찰청장은 사실 공무원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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