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학교폭력, 직장 내 괴롭힘이 무서운 이유

모든 권력을 의심하라

by 버팀목

기업으로부터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에 관하여 처리절차, 면담방법론, 관련 법규, 성희롱 여부, 징계 수위 등에 관한 자문을 받을 일이 많다.


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분들은 모두 성인지감수성이 충만하고 사물과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확인을 위해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이유는 한결같다. 상사나 동료가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고 있기 때문에 반박할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2차 가해다.


가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같은 지붕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가 이제 와서 신고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거래요. 어떻게 해야 해요?"


"돌을 맞은 사람은 아파요. 그리고 그 상처가 낫기를 바라다가 도저히 낫지 않고 깊어지면 고민고민을 하다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설사 피해자에게 무슨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가해를 한 사실과는 별개의 문제예요. 그리고 대부분의 내부고발 사건은 사이가 틀어지거나 화가 나거나 하는 등의 사유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들의 신고에 의해 비위를 밝힐 수 있다고 하면 인사팀이나 감사팀에서는 고마워해야지 왜 피해자를 비난해요."



"성희롱 피해자가 그때 반항하지 않고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데요. 이거 2차 가해 아니에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따님 있죠? 따님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직장 상사가 그렇게 하면 바로 반항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매번 항의하고 살았나요?'라고"




지붕 아래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겁하다.


그들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절대 충성을 하며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폭력을 행사한다.


강자는 약자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있다. 가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생존권을 쥐고 있다. 학교에서 가해자는 집단을 형성하거나 부모의 권력을 이용하거나 선생의 부작위를 이용한다. 직장에서 가해자는 인사권과 성과에 대한 평가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시 피해자들의 생존권과 직접 연결된다.


이러한 종류의 폭력은 일회적이지 않다. 이러한 종류의 가해자는 우연히 그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러한 인간인 것이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그들은 여전히 그러하다. 이들을 방치하고 이들이 성장하면 그 피해자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심각성에 대해 대단히 무지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성희롱 사건, 직장 내 폭력을 조사해야 하는 자들조차도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데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구성원은 오죽하겠는가?




난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거의 매일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이유는 없었다. 일찍 자면 일찍 잔다는 게 이유였고, 늦게 까지 자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고, 밥 먹으면서 쩝쩝 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유였고, 젓가락질을 제대로 안 한다는 게 이유였다. 고3이 되는 겨울 아버지가 찌르는 칼을 빼앗아 던진 것이 첫 반항이었고 바로 집을 뛰쳐나와 가출했다. 만약 내가 가출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그저 칼에 찔리고 얻어맞고 그러함에도 아버지의 밥상을 차려 주었을 것이다.


지붕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피해자는 차라리 죽어서 고통을 없애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코 피해자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저항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겨우 겨우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손을 내민 피해자들의 의도를 의심부터 하는 인사팀, 감사팀 직원은 타인을 조사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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