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수사하는 자, 돈을 수사하는 자

꼬리가 개를 흔드는 수사 中

by 버팀목

강력범죄수사팀 형사와 경제범죄수사팀 수사관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죽음을 다루는 사람은 삶의 무상함과 동시에 삶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을 키워간다.


돈을 수사하는 자는 돈과 권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공무원 봉급의 한심함과 계급의 하찮음을 깨닫고 점점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순전히 나만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속성 상 통상의 경우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며 내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애써 더욱 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된 바는 없지만, 비록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내 경험칙에 의하면 경제, 정치, 노동, 공안을 다루는 수사관들은 인간에 대한 공감보다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하며 경찰의 가치와 목적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자신의 영달에 무게를 둔다. 실증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내가 설정한 가설이 증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1997년 겨울 처음으로 부검하는 현장을 코 앞에서 경험했다.


배를 가른다. 배를 갈랐을 때 코를 찌르는 냄새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악취였고 아직도 그 냄새가 생생하다.


갈비뼈를 메스로 자르고 뼈를 전부 들어낸다.


장기 하나하나를 전부 분리하여 떼어 내고 칼로 자른다.


피부가 몇 겹으로 되어 있는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피부를 한 겹 한 겹 전부 분리하면서 멍 자국을 찾는다.


두개골을 전기톱으로 자르고 뇌를 꺼낸다.


살아서 숨 쉬지 않으면 그저 고기 덩어리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동안 어떠한 부를 누리고 어떠한 욕심을 부리고 권력을 향유했는지는 모르지만 죽으면 그저 고기 덩어리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력범죄수사팀 형사들은 매일 죽음을 본다. 매일 죽음을 보는 사람들은 살아 있음의 허망함을 느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살아 있음을 소중함을 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이 겪는 슬픔을 본다. 죽임을 당할 때의 고통을 온전히 상상한다. 그들은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진술 없이 한 점의 흔적을 토대로 끈질기게 범인을 찾는다. 거기에는 특별한 보상도 이유도 없다. 이런 일이 그저 경찰이라는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죽음을 수사하는 자는 이를 경험하면 할수록 인간이 가진 욕심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수밖에 없고 진짜 경찰이 되어 간다.


반면에 돈을 다루는 수사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은 일단 피해자의 피해와 고통보다는 돈의 액수를 먼저 판단한다.


강남 쪽에 근무하는 수사관들은 수십 억, 수백 억짜리 사건을 처리한다면서 거들먹거린다.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다 보니 증거도 충분하다. 주장도 충분하다. 그래서 앉아서도 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돈을 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월급봉투가 참 초라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차 돈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한민국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 원래 이 세상을 그러한 것이라고 단정지은 후 투쟁을 선택하기보다는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변호사가 되거나 또는 변호사 사무장이 되거나 주식을 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경찰대학 졸업생을 제외하고(이들은 통상 경제범죄수사팀에 근무하다가 승진을 해서 도피하거나 경찰청으로 가거나 지구대를 가서 로스쿨로 향한다) 일반적인 경찰관들은 강력범죄수사팀도 경험하기도 하고 경제범죄수사팀도 경험하기 때문에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기회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암덩어리는 검사다.


그들은 오로지 돈, 권력, 정치, 노동, 공안에 대한 수사만을 담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변사체 검시를 검사가 하도록 되어 있으나 대한민국 역사상 변사체 검시를 직접 한 검사는 손에 꼽을 지경일 것이다. 그들의 수사는 흔적, 가설의 설정, 자료의 수집, 추론, 가설의 검증이라는 통상적인 절차에 의하지 않고 대부분 진술에 의존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를 한다. 경제범죄수사팀에서 하는 수사의 모습을 닮았다.


임은정 검사는 "괴물 잡겠다고 검사 됐는데 우리가 괴물이더라"라고 말했다. 괴물들 속에서 스스로 괴물임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검사가 대한민국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찰, 검찰 모두 새겨 들어야 할 글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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