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마약

모든 권력을 의심하라

by 버팀목

다음 중 하면 안 되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1. 과천 경마장에 가서 10만 원을 걸고 경마를 한다.

2. 정선 강원랜드에 가서 10만 원을 걸고 카지노를 한다.

3.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10만 원을 걸고 고스톱 게임을 한다.

4. 주식에 10만 원을 투자했다.

5. 친구들이 모여 당구장에서 10만 원을 걸고 당구를 친다.

6. 친구들이 골프장에서 10만 원을 걸고 골프를 친다.

7. 강남 유흥주점에 가서 담배를 피운다.

8. 미국 LA에 가서 대마초를 사서 피운다.

9.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맞는다.

10. 탄자니아에 있는 약국에 가서 각성제를 사서 먹는다.


정답은 없다. 질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를 때 허용되지 않는 행위는?"이라고 물었을 경우와 "도덕관념에 따를 때 하면 안 되는 행위는?"이라고 물었을 때의 정답은 어떨까?


모든 나쁜 행위가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니며 모든 범죄가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법과 정부가 허용하면 해도 되고 법과 정부가 허용하지 않으면 하면 안 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경마도 도박이고 주식도 도박이지만 처벌받지 않는다. 강원랜드에서 카지노를 해도 도박이고 해외에서 카지노를 해도 도박인데 강원랜드에서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탄자니아 약국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각성제는 마약이어서 처벌되지만 똑같은 마약인 프로포폴을 의사가 투여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좀 이상하지 않나?


이상한 게 맞다. 정의 관념이 상대적인 것처럼 법에 대한 정서도 상대적이고 그 법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벌금형이 없는 간통죄를 범하면 구속을 면할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간통죄가 사라져 버리지 않았나?


정의도 완벽하지 않다. 도덕관념도 완벽하지 않다. 법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것에 근거하여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행위는 더욱더 불완전하다. 따라서,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정의', '법대로' 따위의 언동을 삼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마약을 퇴치하겠다느니, 노동의욕을 저해하는 도박을 단속하겠다느니 하면서 한 편에서는 담배를 팔고 한 편에서는 경륜, 경정, 경마,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그 세금으로 다시 범죄사냥꾼들의 봉급과 활동비에 쏟아붓는 짓을 하고 있다.


결국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은 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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