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진실은 없다. 진술뿐이다.

by 버팀목

라쇼몽


1950년 8월에 개봉한 일본 흑백영화다.


일본 영화역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이 영화는 수사관들이나 기업의 내부 감사인, 변호사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다.


진실이 존재할까? 진실은 없고 진술이 있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 진실이라는 것은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다. 결국 인간의 지각, 그리고 기억, 그리고 왜곡, 그리고 진술이 있을 뿐이다.


사무라이가 아내를 말에 태워 산 중을 거닌다.


산에 숨어 있던 산적은 사무라이를 포박하고 아내를 겁탈한다. 그리고 사무라이는 죽는다.


사무라이는 어떻게 죽었는가?


산적의 진술은 이렇다.


"사무라이를 포박하고 아내를 겁탈했다. 그리고 사무라이를 풀어 주고 그와 결투를 하다가 그를 죽였다."


아내의 진술은 이렇다.


"겁탈을 당했는데 사무라이의 시선이 싸늘했다. 너무 화가 나서 사무라이와 다투던 끝에 그를 죽였다."


사무라이의 영혼은 이렇다.


"아내가 겁탈을 당한 후 산적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오히려 산적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 자괴감이 들어 자결했다."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나무꾼의 진술은 또 다르다.


"아내가 산적과 사무라이의 결투를 부추겼는데 두 남자 모두 비겁하게 싸우기를 거부하다가 결국 결투를 했는데 비겁하고 추잡스러운 개싸움 끝에 사무라이가 죽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투 중에 아내를 도망가 버렸다."


이 사건의 실체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형사소송법 학자들은 형사소송법의 이념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고 한다.


이는 거짓말이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수사는 실적 또는 탄압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에 걸맞은 데이터를 끼워 맞추고 이를 근거로 조작된 진술을 받아 내고 공소를 제기한다.


필요하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고 조작되고 과장된 표현들로 순진한 국민들로 하여금 여론재판에 관여하게 한다.


인간은 참으로 미완의 존재이다. 사실을 지각하는 능력도 다르고 이를 해석하는 능력도 다르며 이를 기억하면서 왜곡하는 정도도 다르며 이를 입 밖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다르며 이를 조사하는 수사관의 능력과 의도도 다르다.


진실은 없다. 진술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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