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개를 흔드는 수사 中
“상식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려나가는 상품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상식이 잘 갖춰진 사람’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Common sense is the most widely shared commodity in the world, for every man is convinced that he is well supplied with it.)” -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상식(常識, common knowledge, common sense)이란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일반적인 견문,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을 말한다. 「수사」 내지 「조사」에 대해 우리는 ‘상식을 가진 사람’인가?
수십 년간 수사 사무에 종사한 경찰관 또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감사팀이나 준법감시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수사(또는 조사)가 무엇인지, 왜 하는 것인지, 그 기원은 무엇인지, 수사를 하는 기본원리는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수사나 조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을 다루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다.
수사가 무엇인가?
보통 ‘수사’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명탐정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소년탐정 김전일, 미국 드라마 CSI가 떠오른다면 수사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법학자에게 “수사가 뭐에요?”라고 물으면 "협의설에 따르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 범죄혐의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유지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입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대법원의 입장이기도 한 이러한 정의는 국민이 아닌 사법(司法)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고 법원이 주어가 돼서 서술한 형사소송법에 충실한 개념일 뿐이다.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한다.”는 측면은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수사의 개념 또는 수사의 역사에 부합하지만 “수사기관의 활동이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할 점이 참으로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경찰과 검사가 수사기관이라고 설명되는데 경찰의 수사가 살인이나 강도, 강간과 같은 강력 사건보다는 사기나 횡령, 배임과 같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조사에 집중하고 있고, 검사의 수사가 뉴스에 많이 보도되면서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마치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처럼 수사의 개념이 왜곡되어 있다. 다른 수식어 없이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하면 검사의 수사 또는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수사의 전형이라고 오해할 여지가 크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 다르게 원래 경찰과 검사는 수사의 당연한 주체가 아니다.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것이고 검사의 기본적인 임무는 범죄인을 소추하여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시위 진압, 반정부인사 색출을 위한 정보 활동, 정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범죄 수사가 경찰의 주된 임무인 것처럼 왜곡되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을 두고 싸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의 수사권은 더욱 강해져 이제는 당연히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수사권은 일종의 “권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말았다.
우리가 수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사람을 잡아들이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前 정부 인사나 정치인을 숙청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점,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 주체는 본디 경찰도 검사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범죄 수사에 대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함무라비 법전은 원고와 피고가 수집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Vigiles라고 불리는 관리들이 평화를 유지하고 범죄를 조사하는 책임을 맡았다고 한다. 서기 1250년의 기록에 의하면 영국의 Constable이라는 관리가 범죄 수사를 담당했는데 이들은 “사실(fact)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이는 판결과 법의 문제들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1829년 영국 런던에 창설된 최초의 근대 경찰인 런던 수도경찰청은 현대적 의미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 전에 각 지방에서 지역주민이 자치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하는 관행을 제도화한 것이다. 근대 경찰의 효시인 런던 수도경찰은 범죄 수사를 시민의 요구에 따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었고 현대의 경찰법 학자들은 영국의 수도경찰을 영미법계 경찰이라고 명하면서 전통적인 대륙법계 경찰의 개념과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은 1894년 갑오개혁에 따라 일본의 것을 수입한 것이고 일본은 대륙법계인 프랑스로부터 경찰개념을 수입하였다.(사법경찰관, 사법경찰리의 구분은 프랑스의 죄와형벌법전에서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구분했기 때문에 흘러 들어온 것일 뿐 수사활동을 하는 '경찰공무원'을 주어로 하면 될 것을 우리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관'과 '리'를 구분하고 있다.) 대륙법계 경찰의 주된 임무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에게 명령·강제하는 권력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대륙법계든 영미법계든 검사는 범죄 수사의 주체가 아니며 전통적인 대륙법계 경찰개념에 따를 때 범죄 수사는 경찰의 당연한 임무가 아니다. 1829년에 창설된 런던 수도경찰청이 시민 친화적인 경찰을 창설하면서 권력작용이 아닌 ‘서비스 활동’의 일환으로 범죄 수사를 경찰의 임무로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민은 대한민국의 수사를 '서비스'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다.
정리하자면 현대적인 개념의 수사는 “형법을 위반하여 개인·사회·국가적 법익을 침해한 개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특정하여 과거의 범죄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왜? 변호사가 민사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대신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주듯 범죄 피해를 입은 인민을 대신하여 국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고 인민을 대신하여 재판을 받도록 해 주기 위함이지, 수사는 그 자체가 국가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다.
이러한 수사는 법 집행관에 의해 수행되며 물론 사법 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인민, 국민, 시민을 위해서!!!
이를 위해 수사관들은 목격자 인터뷰, 법의학적 분석, 감시를 포함하여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수사는 고도의 기술, 지식 및 전문 지식이 필요한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이다. 수사관은 인민을 대신하여 인민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과거의 피해를 재구성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에 의해 주도되는 수사, 경찰과 검찰 사이 수사권을 위한 지저분한 싸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사는 법률전문가의 활동, 법 기술자를 위한 수단인 것처럼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어가는 이야기에서 수사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