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지 않는다.
뉴스를 내 의지로 본다는 것은 '나 오늘 너무 짜증 나고 싶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틱톡을 보다 보면 뉴스 쪼가리나 토론회 쪼가리가 나온다.
바로 다음 숏으로 스와이프를 하지만 그 순간 나의 감각기억을 통해 당연히 들어오는 통치자의 얼굴을 보면 짜증이 난다. 이런 측면에서 SNS나 미디어는 나에게 해롭다.
좌우지간 틱톡을 보다가 어느 국민의 힘 소속 시장의 발언이 내 귀에 들어왔다.
"대통령 잘 못하고 있죠. 맞아요."
"그런데 어찌합니까? 그냥 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았잖아요. 이왕 뽑았으니 잘할 수 있게 도와줍시다."
갑자기 시간을 돌려 그 토론장으로 뛰어가서 이에 대해 반문하고 싶었다.
"여보쇼! 당신이 사기꾼한테 사기를 당했으면 당신이 나쁜 거요? 사기꾼이 나쁜 거요?"
"이왕 사기를 당했으니 사기꾼이 잘 살게 도와주면 된다는 거요?"
인간이 내뱉는 말은 참 뱀과 같다.
반장선거를 하든, 학교 회장 선거를 하든,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투표를 하는 자의 한결같은 마음은 "잘했으면 좋겠다. 잘할 거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선거에 나온 후보자가 내뱉는 약속과 말과 행동에 근거한다.
우리는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고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며 지지하는 정책도 다르다.
다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통치자들에게 요구하는 공통된 바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잘 되었으면 하는 것, 권력자가 권력을 즐기지 말고 국민을 보살필 것, 거짓말하지 말 것, 뻔뻔하게 뱀의 혀를 놀리지 말 것, 술에 환장했다면 이를 끊을 것, 부디 국익을 생각할 것, 자기가 무식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것, 귀가 간지러운 말은 오히려 배척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할 것, 아는 놈만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널리 인재를 등용할 것, 외국에 나가서 나라 망신시키지 말 것, 잘 못 했으면 인정할 것, 남의 논문을 표절했으면 쪽팔린 줄 알 것, 유지가 yuji가 아닌 정도는 알 것, 그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살 것 등등등
과연 우리는 투표를 할 때 그 인간의 됨됨이, 그 인간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됨됨이, 그리고 그 인간의 능력과 철학을 알고 투표를 한다고 장담하는가?
사기를 당했다고 함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믿고 무엇인가를 베풀어 주었지만 오히려 그 인간이 나를 배신했음을 뜻한다. 남의 물건이나 재산을 빼앗는 가장 치졸한 방법이 사기이다. 그래서 사기의 형량이 절도의 형량보다 많이 높다.
시민은 인민은 오로지 정당한 권력에만 복종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했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만약, 권력이 정당하지 않다면? 당연히 따르지 말아야 한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반드시 그 수단이 폭력이어야 할 것을 뜻하지 않는다. 타인의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을 빼앗는 방법에 절도도 있고 강도도 있고 공갈도 있고 사기도 있듯이 그 방법만이 다를 뿐이다.
앞서 언급한 시장은 법조인 출신이다. 법만 아는 법돌이를 위해 그의 주장을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기꾼 말에 현혹된 것은 피해자 잘못이죠. 이왕 당했으니 고소하지 말고 잘 살게 놔둡시다."
"일단, 그 남자가 좋아서 결혼했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냥 맞고 사세요."
"네가 놀러 이태원에 간 거잖아. 죽어도 어쩔 수 없지"
"네가 짧은 치마를 입고 니 발로 클럽을 갔잖아. 그래서 강간당한 거니까 그냥 강간한 놈 잘 살게 도와줘"
"집에 일찍 들어가면 되지 왜 하필 오원춘 집 옆을 지나갔니, 그러니까 280 조각으로 도살되는 거지 오원춘이 이왕 그렇게 한 거 잘 살게 도와주자"
이 주장이 어떠한가? 동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