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는 주재관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찰관을 뽑아서 대사관, 영사관에 보내는 제도예요.
원래는 외교부에서 공개모집을 하는 자리인데 경찰청 외사국은 외교부와 일종의 계약을 통해서 경찰청에서 주재관을 선발합니다. 웃기죠?
명목은 '재외국민보호'입니다. 여러분, 재외국민보호가 과연 경찰의 역할일까요?
아닙니다. 경찰은 형사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경찰권을 행사할 수 없어요.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힘은 '외교력'에서 나와요. 그러니 경찰관이 애당초 재외국민보호를 한다는 것은 허울이에요. 한마디로 뻥이에요.
물론, 저도 병신이어서 주재관이 뭐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경찰청 말만 믿고 주재관을 신청했었어요.
그런데 재수 없게 한 방에 붙어버렸죠.
일단, 주재관 시험에 신청한 후에 저는 거의 한 달 동안 "내가 왜 주재관을 가지?"라는 이유로 고민을 합니다.
당시 저와 함께 근무했던 후배 녀석은 제 고민을 잘 알 거예요.
보통 주재관을 가는 경찰관 놈들은 "해외에 살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아이들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입니다. 참 병신 같은 놈들이죠. 여러분은 모르셨을 거예요.
케냐에서 주재관의 임무는 '소말리아 해적 대응', '대테러 작전'이었어요. 사실 그것 때문에 케냐를 신청했고요. 저는 일반 주재관들처럼 해외에 살고 싶지도 않았고, 영어를 배우고 싶지도 않았고, 아이들 교육을 시키고 싶지도 않았어요(당초 혼자 가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마침 전도연 씨가 주연을 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 영화를 보자마자 꼭 케냐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외교관들이 행태가 정말로 좆같았거든요.
결국 케냐에 도착해서 첫 한인행사에 참가를 했어요. 회식 장소 밖에 서서 한 분 한 분 오실 때마다 진심을 다해서 폴더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회식이 시작되자마자 한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지난번 경찰영사는 호로새끼였는데 알아요?"라고 묻더군요.
지난번 경찰영사는 현 경찰청장의 동기인 경찰대학 7기 김아무개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쪽팔렸습니다. 경찰관이라는 인간이 해외에 나와서까지 경찰 욕을 하게 만드는구나 멍청한 경찰대학 졸업생......
저는 매일 7시에 출근해서 10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아마 다른 공관 직원들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 흔한 골프도 치지 않았어요.
교민 전체에 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교통단속을 당해서 뇌물을 요구받거나 케냐 정부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도둑을 당했어도 반드시 그 집에 찾아갔고 케냐 경찰을 불렀고 반드시 수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보고 케냐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뭐라고 한 줄 알아요?
"이 영사는 참 바보 같네 그런다고 교민들이 알아주나 치"
이 잔인하고 냉소적인 태도 때문에 저는 외교부 직원들을 사실 혐오합니다.
저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공무원의 유일한 사명은 그 목숨까지 바쳐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거예요.
이 당연한 것을 모르면서 어떻게 공무원을 하고 승진을 하고 공사를 하고 대사를 하죠?
1년쯤 지나서 경찰청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케냐에는 교민들이 많지 않아서 경찰 주재관이 아니어도 외교부 영사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날 소환해 주세요."
돌아오는 답변은 뭐였을까요?
"주재관은 너 같은 놈 때문에 보내는 줄 알아? 다 총경하고 경무관 자리 만들라고 하는 거야. 네가 거기서 나오면 그 티오가 하나 주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쉬면서 시간 때우다가 와"
이때부터, 주재관 제도에 대해 파고들었죠. 주재관이 있는 국가, 그리고 그 변화, 주재관 수의 증가, 총경과 경무관의 수.....
통계를 보니 경찰청에서 한 말이 맞더군요.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면 왜 경감이상의 공무원만 보내는 것이겠습니까?
사실, 순경, 경장, 경사, 경위가 와야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거든요.
"정말 개새끼들이다. 겉으로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가지고 총경과 경무관 고위직을 위한 자리라니..."
국민은요. 호구입니다. 절대로 결코 정부는 국민을 위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들 자리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용어를 써가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관은 모두 경찰서에 있습니다.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에서 밤새워 근무하면서 동네 주민과 한마디라도 소통하는 일선 경찰관, 그들만이 유일한 경찰관입니다.
전 단언합니다. 지방경찰청,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모든 경찰관은 하나도 빠짐없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일합니다. 만약, 지방경찰청과 경찰청에 그렇지 않은 경찰관이 있다면 저는 반드시 만나서 사죄를 하고 친구로 지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