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과 법학자의 차이

by 버팀목

2014년쯤인가 고려대학교에서 개최한 학회가 끝나고 인근 식당에서 검사, 판사, 변호사, 교수들 20여 명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대학원생 자격으로 참가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말 골 때리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가장 시끄럽고 말이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검사들이었습니다.


판사들과 변호사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교수님들은 고개까지 끄덕여 주시면서 들으시더군요.


식사가 나오고 각자 꾸역꾸역 밥을 먹는데 제가 하필 검사들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100% 모두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3급 공무원이나 되는 놈들이 하는 이야기나 경제범죄수사팀 순경이 하는 이야기나 다른 게 전혀 없구나'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날 무렵에 학회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몇몇 검사들이 이러쿵저러쿵 비판을 하더군요.


그러면 교수님들과 박사 과정에 있는 판사들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줍니다.


그러면 다시 검사는 수사실무상 어쩌고 저쩌고 반박을 하더군요. 참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반박들이었어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저런 것들이 3급 공무원을 달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어둡다.'


여기서 극명하게 법조인과 법학자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법조인은 국민이 만들어 놓은 법을 집행하는 일을 합니다.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것이지요.


법학자는 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법치를 통해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합니다. 법학자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단지 법률이 아닙니다. 법이 무엇인가? 법의 목적이 무엇인가? 범죄가 무엇이며 형벌은 왜 필요한가? 과연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할 정당성이 있는가?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 역사와 철학 모두를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법은 변합니다. 법이 변하는 것은 법을 집행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변하고 도덕관념이 변화하고 국민의 바람이 변화하기 때문에 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학자들은 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법조인은 법학자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딱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죠.


주어진 시험범위를 습득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맞히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법조인들이 마치 법학자인 것처럼 날뜁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사와의 대담회를 했을 때의 검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왜 법조인들은 마치 법학자라도 된 듯 행동하는 겁니까?"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원을 다니는 법조인들이었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실무만 했던 검사들은 '저 새끼 뭐야'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부디 우리 국민들이 법조인을 찬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스쿨에 보내 변호사를 키우기 보다는 제대로 법을 공부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요? 돈과 여유만 있으면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아니라구요? 입증된 사례가 있습니다. 윤석열과 한동훈도 하는 걸 개나 소가 왜 못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나아가게 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연구하는 사람은 법조인이 아니라 법학자들입니다.


문제는 로스쿨이 생기고 나서 법학자들이 가끔 학원강사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도 중요하겠지만 역사, 철학, 법, 사회학 등 돈하고 직결되지는 않으나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에도 많은 투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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