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경찰관으로 근무할 때부터 승진에 목숨을 거는 자들을 '노예근성이 있다'라고 표현해 왔다.
계급의 차이를 역할과 책임의 차이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급이 높으면 권력을 휘두르고 타인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승진을 거듭해도 언제나 노예의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승진에 목숨을 거는 자들은 언제나 윗사람에게는 굽실거리며 아랫사람에게는 거들먹댄다.
자존심이 강하여 굽실거리기가 싫은 자들은 직무유기죄를 범하면서 시험공부에 매진한다.
승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모자라거나 횡포를 일삼는다면 이에 따를 것이 아니라 항거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를 실천하는 경찰관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권력에 항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야 하고 그 답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러한 공부를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실무를 하는 직원은 더 힘들게 일하고 더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더 적은 월급을 받고 상사에게 무시를 당해도 되고, 계급이 높은 인간은 덜 일하고 더 많은 월급을 받아 가는 게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대다수의 국민은 경찰관이면 남들보다 훨씬 정의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며 망상이다.
유시민 작가는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침팬지에 빗대어 권력층과 이에 빌붙는 자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힘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권력기관에는 침팬지에 더 가까운 동물이 드물지 않게 출몰한다. 그들은 권력을 쥔 자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권력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어리석은 국민을 숙주로 삼아 번성한다."
유시민 작가는 애써 '드물지 않게'라는 표현을 썼지만 내가 보아온 권력기관은 '드물지 않게'가 아니라 대부분은 권력을 쥔 자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고 조직 폭력배와 싸우는 경찰이 대체 뭐가 그리 무서워서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노예처럼 구는 것일까?
나는 우리 경찰관들이 시민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상급자와 권력계층에는 한없이 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