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을 잃어버린 정의의 여신

by 버팀목

저는 정의를 믿지 않아요.


정의라는 관념은 상대적이므로 시대의 상황, 도덕관념의 변화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인 것도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관념적인 단어는 통치자가 칼을 마구 휘두를 때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세우는 선동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여 우리는 북한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믿나요?


그리고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쓰여 있다고 하여 정말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가요?


고작 검사였던 놈이 다스리는 나라가 정말로 민주공화국일 수 있다고 보시나요?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일은 매년 발생합니다. 2000년 초반부터 10년간 80명 이상이 자살을 했어요.


그런데 그러한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이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을 뿐입니다.


조사 중에 사람을 자살로 내몬 것은 국가살인입니다.


그러함에도 그것이 마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일하다 보니 발생한 안타까운 일쯤이라고 그대로 믿고 넘겨야 하는 게 맞나요?


우리나라 국민은 국가폭력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져 버렸습니다.


세월호 때 무고한 고등학생들이 죽고 작년에도 무고한 청년들이 죽었지만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니 원래 국가란 저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정의는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의는 부정의를 가리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정의의 여신상(Lady of Justice)은 누구나 보셨을 거예요.


그녀가 들고 있는 저울은 평등을 의미하고


칼은 엄정한 법집행을 의미하며


가린 눈은 편견의 배제를 의미합니다.


이 자유의 여신상은 각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여신상은 눈가리개가 없고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 있는 여신상은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습니다.


저에게 여신상을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저는 저울 대신 돈을, 눈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에는 망나니가 쓰는 칼을 든 여신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현재의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정의의 여신상을 만들어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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