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이나 경영학을 배운 사람 아니, 배우지 않았어도 상식적인 사람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쯤은 압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지난 4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따 왔어요.
수요자는 경찰청입니다. 이번 달부터 시작해서 제가 운영하고 있는데 홈페이지도 만들어야 하고 단기 교육과정도 설계해야 하고 표준 강의안도 개발해 주어야 하고 매뉴얼도 만들어야 하고 온라인 콘텐츠도 제작해야 하고 제가 직접 강의도 해야 하고 하여튼 바빠요.
모조리 혼자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요자인 경찰청은 답이 없어요. 이해해요. 원래 그렇거든요.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국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자기 과장을 거치지 않고 제가 국장을 만나면 자기들이 곤란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럼 과장을 먼저 만날 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어요.
전화번호를 받고 나서 바로 담당 계장이라는 분이 전화를 했더군요.
"교수님, 죄송한데 과장한테 말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요. 수사만 중요하지 교육은 정말 싫어합니다. 괜히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역효과가 날 거예요. 제가 열심히 할 테니 전화하지 말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계장님이 수고 좀 해 주세요."
내가 담당하는 교육과정은 해당 부서의 수사관들을 위한 교육입니다. 그 분야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의 평균 수사경력은 1-2년뿐이에요.
그런데 웃기지 않나요?
경찰청에 앉아 있는 과장이라는 작자가 "수사는 중요한데 교육은 싫다."라고 말하는 게 말입니까? 방귀입니까?
그 인간은 저보다 두 살 많은 선배예요. 경찰대학 출신이라는 이야기죠.
제발 경찰청을 순경으로 입직한 공채 출신들에게 돌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경찰대학 졸업생이 경찰청 고위직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유지되면 경찰은 20년 내에 1960년 3.15 부정선거와 같은 만행을 저지르게 될 거예요.
이명박 정권 때 댓글공작에 적극 가담한 경찰청 정보국 수장도 역시 경찰대학 졸업생이었던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