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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risee Oct 18. 2020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일상의 달달함과 씁쓸함에 대하여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좋아한다.


만화부터 에세이까지 두루두루 읽어온 편인데, 집밥처럼 담백하고 포근한 느낌 때문에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또한 잔잔하고 덤덤하게 일상을 이야기하는 소위 '순한 맛'의 작품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맛있는 음식에 기쁨을 찾고, 때로는 근교 여행에서 활력을 얻기도 하는 작가의 삶은 아마 많은 이들의 삶과도 닮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친근하고 부담 없는 기분으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에서 저자는 빵이나 과자 한 입의 달콤함처럼 소소한 기쁨도, 때로는 씁쓸한 뒷맛을 느끼기도 하는 일상의 '달달함'과 '씁쓸함'을  이야기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구두를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을 다루는 짧은 이야기에서  '보이는 것을 위해 억지로 살지 않겠다'는 저자의 마인드를 느낄 수 있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내 발을 불편하게 하는 구두. 그 구두에서 벗어나 내 발이 편한 구두를 찾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태도 또한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찌 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상을 살고 있지 않는가.


남들 눈에 멋져 보이는 장소, 사진에 잘 나오는 음식을 찾는 것...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이어 가는 것...


아마 이러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해 보았고, 또 현재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과 관계는 어떠한지.


'나 다움'을 찾을 때 우리의 일상과 시간은 조금 더 충실하고 밀도 높게 채워질 수 있으리라.


나에게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말 오후의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신발을 신은 시간이 아닐까 한다.


모두에게 이러한 '안성맞춤'의 시간이 위로와 편안함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나와 닮은 이야기.


달콤함과 씁쓸함이 함께 하는 '단쓴'의 일상을 그려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매일매일이 달콤하기만 하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달콤한 뒤의 씁쓸함, 그리고 그 씁쓸함을 달래주는 또 다른 달콤함이 있는 것이 일상의 '한 수'가 아닐는지..!


'매운맛'의 이야기에 지친 당신이라면 오늘 마스다 미리의 '순한 맛' 이야기와 함께 나만의 구두를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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