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책을 읽고 싶은 날이 있다.
모든 긴장과 몰입에서 벗어나 오롯이 평온한 마음으로 '읽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 시간.
이러한 기분으로 골랐던 책, '오후도 서점 이야기.'
마치 주말 오후처럼 나른하고, 또 포근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나칠 수 없었던 책이기도..!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점점 종이 책을 보는 사람이 줄어드는 현실과,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자신이 발견한 보물같은 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일념 하나로 일하는 서점 직원인 주인공 '츠기하라 잇세이'.
나름대로 업무 능력과 책을 보는 안목을 인정받으며 일하던 그는 어느날 책을 훔치려던 중학생을 쫓게 되고, 정신없이 쫓기던 학생은 차에 치이게 된다.
그의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서점의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서점을 떠나 평소 블로그로 소통하던 '오후도 서점'으로 향하고, 그 서점을 운영하며 상처를 회복해 나간다.
이 책은 시골의 작은 서점인 '오후도 서점'의 풍경,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서점 주인의 손자와 고양이 '앨리스'의 존재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일하던 서점의 직원들이 주인공이 발견해낸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알리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삶과 열정을 녹여내었을 한 편의 글.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알아보고 나누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존경심과 감동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동질감과 마음의 울림은 '사서'라는 내 직업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서로 일하며 나 또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클릭 몇 번으로 수 많은 정보를 얻고,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책 읽기는 점점 등한시되고 있으니 말이다
'책 읽기 보다 재미있는것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알 수 없는 의기소침함과 허무함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을지라도 따뜻한 마음,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함께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이를 알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고민과 팍팍했던 마음 또한 치유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오후도 서점이 자리한 사쿠라노마치의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독자를 단숨에 벚꽃이 흐드러진 작은 시골 마을의 서점으로 데려간다.
좋지 않은 시국에, 일상의 팍팍함으로 삶의 무게가 버겁다면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순수함, 그리고 어느 작은 서점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