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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Nov 07. 2017

Going home

'남동생'에 관하여

남동생이 막학기가 되더니 말수가 줄었다. 방에 있는 브로셔들을 보니 공채 설명회도 기웃거린 모양이다. 가끔 옷걸이에 양복 마이도 걸려있었다. 자유분방한 힙스터가 넥타이 매고 '안녕하십니까!' 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웃음부터 나왔다.


동생은 항상 나와 정반대였다. 계획대로 안되면 초조해하던 나와 달리 동생은 '될 대로 되라지'. 이미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기대치를 낮춰서 부담감도 없어 보였다. 부모님 눈치도 많이 보고, 프로걱정러인 나는 거침없이 놀러 다니는 동생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 천하태평 동생에게도 취준생의 무게는 버거운가 보다. 이것저것 해봤으나 잘 안된 것 같았다. 어두운 취준생 시절을 겪어본 나로서는 어설픈 관심보다 '무관심'이 차라리 낫다는 결론 하에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네가 좀 물어봐라'라고 답답해하는 엄마한테도 모른 척하시라고 했다.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겼으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김윤아 'Going home'은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남동생을 생각하면서 쓴 가사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누나는 방황 중인 동생을 떠올린다.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누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내일 더 좋은 일이, 동생이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뤄지길 기도하는 것 밖에 없다. 너무 큰 걱정은 동생에게 부담감으로 느껴질 테니까.


얼마 전부터 동생은 일본으로 워홀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쑥스러웠는지 카톡으로. 동생다운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그래ㅋ 하고 싶은거 해ㅋㅋ' 하고 <퇴사준비생의 도쿄> 책을 추천해줬다. 지금 네 나이가 몇인데 워홀이냐는 부모님의 반대도 같이 잘 설득하기로 했다.


일본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비자도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동생이 행복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리고 내일 용돈이나 줘야겠다.


https://youtu.be/yfHfXS1sYuY


세상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던 꼬꼬마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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