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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30. 2020

기술자본과 아이디어

버스커와 어머니

무더운 동남아를 벗어나, 인천공항을 내리니 차가운 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귀국한 것을 알고 김 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선생님 잘 다녀오셨어요?"

"늘 그렇지만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베트남의 더위가 힘들군. 나는 그렇고 자네도 잘 지내고 있나?"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제 진로에 대해 윤곽이 보이는 듯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제가 식사를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저번에 참치도 사주시고..."

"되었네. 아직 학생인데 무슨 돈이 있어? 그냥 차나 한잔 하세."

"아닙니다. 제가 인턴 월급이 나왔어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인턴 월급? 그래서 힘이 들어갔나 싶다.


"월급은 자네 필요한데 쓰고, 그냥 따뜻한 차나 한잔 해요. 홍대 쪽에서 보면 좋을 것 같군."

"홍대요? 저야 좋죠."


홍대 쪽으로 김 군을 오라 한 것은 오늘 할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어서이다.

그동안의 대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도전 의지를 키우는 과정이었다면, 오늘부터는 도전을 하는데 필요한, 자본에 대하여 알려줄 것이 있어서였다. 즉, 무엇을 가지고 도전할 것인 가에 대한 것이다.





사업을 하기 위한 자본에는 금전적 자본만이 아니라, 기술과 같은 무형의 자본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이 필요한 자본가와 창업자금이 부족한 기술이 만나 하나의 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만족을 줄 수 있는지와, 어떻게 그것을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해당되는 분야에 대한 정확한 시장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기술의 우수성과 타당성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자금은 자연스레 모여들 것이다. 돈에는 눈이 달렸기 때문에 수익이 보이는 곳에 모이게 되어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으로서의 기술은,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꾼 반도체나 정보통신 같은 과학적 기술이나, 개인적으로 특화된 요리나 미용 같은 기능인의 기술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창의력이나, 기존 사업을 변화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차별화 능력 같은 무형적 자산도 포함이 된다.  



노래는 나의 생명, 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과학적 기능적 기술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도 기술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인 경우가 많다.


젊은 창업가 남궁요 대표가 그런 사업 케이스이다.


그는 음악을 사랑했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을 할 수 없어서, 데이터 분석을 직업으로 생각했던 공학도였다. 데이터와 함께 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데 연결되지 못하는 것들이 보였다. 서로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생각하게 된다.


공연을 하고 싶으나 공간이 없는 길거리 예술가들과, 이벤트나 행사를 위한 공연 비용이 부담되는 공간 소유자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10년을 노력해도 알려지지 않는 무명의 길거리 예술인들에게는 공연 공간을 빌리는 것조차 큰 부담이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만 활동해서는 대중들과 가까워질 수 없다. 서바이벌 스타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의 '허각'이나, '벚꽃엔딩'으로 유영한 '장범준'도 무명 시절에는 그러했다.


그런 그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출연료와 공연 공간을 주고, 거기서 촬영된 동영상으로 대중에게 다가 설 통로를 준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극장이나 쇼핑몰, 대형 점포 등등 소규모라도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 있는 곳. 그런 공간의 소유자들에게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위한 가수 초청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동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장점이 있다.


서로가 부담을 줄이고 만족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그것이 그가 만든 스타트 업 기업 '버스킹 TV(Busking TV)'이다.    


아이디어만 있지 자금이 없었던 청년은,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옴니텔)를 시작으로 창업진흥원과 인연을 맺어, 초기 지원자금을 받아 초기 세팅을 하였다. 그 후 가산동 스마트 세계로 누림터에 입주해서 맞춤형 지원사업에도 선정된다.


지원단체의 도움만이 아니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1억 원을 투자받기도 한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뜻이다.


서로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서로가 윈윈 하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일이다. 이런 그의 추진과정은 당연히 투자자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고 당연히 증자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규모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여 진행형이다.


갈 곳 없어 서러운 무명 가수의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것.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 이렇듯이 기술이란 창의적인 활동까지를 포함한다.



어머니와 장모님, 영원한 응원군


어머니의 음식과 자신의 장점이 만나 기업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일 매출 2천만 원대의 직영점포 10여 개를 운영하는 이 사장. 그는 원래 구두 사업을 하였다. 사업의 특성상, 늘어나는 재고와 경기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만나게 된다. 암담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건강이라도 챙기라며 자신을 달래주던 어머니의 음식들이 그를 좌절과 고통의 수렁에서 건져낸다. 어머니의 평안도 음식 맛은 남달랐다. 어느 유명 냉면집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의 사업이 망하고서야 깨달았다. 장사로 이골이 난 그는 어머니 솜씨로 평양 냉면 장사를 하면 사업이 되겠다 싶었다.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작동되는 순간이다.


실행을 위한 사업화 준비들을 마치자, 어머니의 손맛과 이 사장의 사업 수완이 결합된 제안서를 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며 자금을 구하러 다닌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성수동 구두거리의 장인들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한 때 잘 나갔던 그를 기억하는 제화업계 지인들의 투자를 받아 분당에 첫 가게를 열게 된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제 그는 일 매출 2천만 원대의 직영점포 10여 개를 가진 거액 자산가가 되었다.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으로 유명한 '평가옥'의 성공 스토리이다.


원천 기술과 그것을 시장에 구현하는 능력만 있다면,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 투자자는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이끌어 나갈 사람의 능력도 고려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비슷한 사례도 있다.


주식회사 원앤원의 박대표. 그는 원래 삼미그룹에 다니던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다.


그의 장모는 1970년대 황학동 한 귀퉁이에서 아주 작은 보쌈 가게를 하고 있었다. 고생하는 장모를 돕기 위해 짬짬이 가게를 들렀다. 작지만 맛있는 가게로 소문이 나서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전산 특기를 발휘해서, 맛을 규격화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서 운영 프로세스를 전산화하면, 제대로 된 사업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단이 서자 실행에 옮긴다.


ERP & CRM을 적용하고 PDA를 통한 주문관리 등을 준비해 '원할머니'라는 브랜드로 보쌈족발 창업을 위한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장모의 성씨와 친근한 이미지의 '할머니'를 합쳐서, 1991년 "원할머니"라는 브랜드가 나온 게 된다.


지금은 400여 개 넘는 '원할머니 족발 보쌈' 브랜드 외에도 부대찌개 등 6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기업의 수장이 되었다.


직장에서 갈고닦은 기술과 경험들. 전산 전문가로서의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체계화시키는 능력과,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 능력이 박대표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장사의 기업화를 위한 기획과 경영 능력도 자금 조달에 중요한 이슈이다. 돈이 없다 포기 말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생각하라. 때로는 그것이 어머니일 수도 있고, 하고픈 음악 일 수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가졌는가? 당신의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잊혔던 손맛이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고, 음악가의 설움이 플랫폼 기업을 만든다.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가 영화와 드라마의 유통을 쥐고 흔들며 관련법까지 수정하게 하는 4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잊지 마라.



기술은 기능과 재능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이다.

기술은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차별적 능력이다.

차별적 기술은 자금을 불러 모으는 마법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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