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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23. 2020

도박과 승률

도빌(Deauville)에서 생긴 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군에게 '투자와 투기'와 함께 보라며 보내준 '도박'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방송에서 도박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몰락은 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도박의 기준, 확률


30년 전이지만 웃픈 추억 하나.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출장 업무를 마치고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도빌'을 간 적이 있다. 영화 “남과 여”의 촬영지이다. 노르망디 지역의 휴양 도시이다. 파리와 연결된 자동차 도로가 있어 이동에 편리하다. 영국을 마주한 대서양을 바라보며 펼쳐진 광활한 모래사장은 일품이다.  


휴양도시이지만 겨울이고 평일 이어서인 지, 한적한 분위기 속에 즐길거리를 찾다가 발견한 카지노. 같이 간 동료와 각자 50불씩만 하기로 하고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겼다. 내가 앉은자리가 운이 있는지 제법 돈을 땄다. 그러나 내가 따는 동안 동료는 모두 다 잃고 말았다. 추가로 돈을 쓰지 않기로 했기에, 내가 딴 돈을 그에게 주었다. 이제는 그가 맞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면 좋나. 이제는 내가 잃기 시작했다. 장군멍군하며 둘 사이에 계속 돈이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반복된 주고받음 끝에, 결국 우리는 원천 자금 50불씩을 둘 다 잃고 말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네 하며 웃으며 나왔다. 도박이란 그런 것이다.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다.


도박의 판단 기준은 확률이다.


확률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반대 확률이다. 즉 누군가가 당첨률 99%를 말한다면 반드시 실패율 1%를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비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손실의 무한 확장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박에서 당첨률에 대한 도전 행위는 반복할수록 확률이 줄어드는 게임이다. 


당첨 확률이 99%라고 가정해보자. 매우 높은 당첨 확률이고, 1%의 실패율 정도는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마약처럼 당신을 옭아매고 실패자로 만들 것이다. 현실에선 어디에도 99%의 승률을 제공하는 데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훨씬 낮을 것이 분명하기에, 보다 빠른 속도로 나타날 그 결과는 너무나 분명하다.


당첨 확률 99%의 무한 반복. "0.99 X 0.99 X 0.99~~ " 이것의 결과는 0에 수렴하게 된다. 성공확률이 0이 된다는 것은 실패 확률 100%를 의미한다. 


이 간단한 수학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순간의 짜릿함도 있겠지만, 손실 만회라는 집착과 큰 것 한방이 터지면 그 자리에서 일어설 것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그야말로 바보 같은 착각이다.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행운을 기대하며 일주일 동안 5천 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럴만한 효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나 사업을 확률에 의존한다면, 앞의 간단한 수학적 증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가를 깨달아야만 한다.


때로는 어이없는 확률적 도박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당하는 사기인 경우가 많다. 


자금을 굴릴 데를 찾던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오래된 친구의 권유로 가상화폐 재정거래 사업에 2억을 투자했단다. 매주 4%의 배당금을 준다는 달콤하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월 수익률은 당연히 미끼일 뿐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100%다. 그러나 그 사람은 친구가 절대로 자기에게만은 배신할 사람이 아니란다. 


이야말로 배신당하지 않을 확률, 근거 없는 믿음에 대한 도박이다. 다단계 사업들도 이런 믿음에 대한 확률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의심을 하면서도 믿음이라는 확률에 기대는 어이없는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기준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이유


코로나 사태 이전, 실업급여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마치고 어떤 수강생으로부터 받은 메일 한 통. 


앞에서 김 군에게도 말했지만, 일을 이루어가는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기준이 없다면, 메일을 보낸 분과 같은 혼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그분에 대한 경험은, 이 글을 학습서보다는 보다는 쉽고 편하게, 익숙한 인생 이야기로 풀어가려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분은 지금 어떤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선생님 조언 좀 꼭 해주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제 관악고용안정센터에서 창업 강의를 들었습니다

선생님께 조언 좀 받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면 나이는 만 50세 여자 미혼이고 성격은 내성적 꼼꼼함.

학교는 여상 졸, 경력은 생산직 단순 경리, 공공기관 계약직.

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나이는 많아서 어디 들어가기도 힘들고 취업을 해도 100만 원 미만이라서

생활하기도 힘들어 장사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보니

내 사주에 맞는 장사가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 가게가 제일 좋고

조그만 식당도 괜찮다고 하고요. 참 한심하죠.

그래서 커피 바리스타를 배워서 한번 해볼까 하고 친구나 선후배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제가 커피 팔면 손님도 안 오고 커피 전문점이 과잉상태라며 차라리

반찬 전문점이나 다른 먹는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지금 망설이고 있습니다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업종과 어떤 것이 시장이 죽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업종인지

선생님의 조언 좀 꼭 듣고 싶습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분처럼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틀린 두서없는 도움 요청 메일이기는 했으나, 생계유지를 위해 무엇인 가를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하여, 작동되지 않는 내비게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분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예비창업자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얘기하는 가맹점 수와 대표 점포의 수익성만 믿고 창업을 하는 것은 도박이다. 가맹점마다 점주의 능력에 따라 수익성이 다르고 폐업을 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실패율을 고려하지 않고 성공률만 믿다가는 위에서 설명한 확률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장사라는 것은 간판을 몇 번 바꾸게 되면 패가망신을 당하게 된다. 처음 시작을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수익성만 보아서는 안되고, 점포 폐점률이나 판매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비롯한 기본적 사항 외에도, 본사의 도덕성과 시장 동향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향과 능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가본 적 없는 시골 장터에서 엄마 손을 놓친 어린아이처럼, 황당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다. 아니 더욱 심각해진 듯하다. 강연에서뿐만 아니라 현업에 종사 중인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이런 막막함을 호소하는 이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을 것을 보면 말이다.


학생들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가야 할지 방황하고, 좁아진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해 스펙 쌓기와 반복되는 지원서 작성에 지쳐, 그저 기회라도 공정하게 달라고 절규한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퇴직은 빨라진다. 퇴직자들의 대부분은 미래 인생에 대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언저리를 서성거린다. 


근로자의 생계 기반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음식점을 비롯한 자영업 종사자, 공장 가동을 멈춘 중소기업 경영인들까지 모든 사람이 사업 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전세 가격까지 뒤를 따르니, 로또 1등 당첨으로도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워 누울 자리조차 불안하다.


지금은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대인 접촉의 단절을 강요받으며, 경제 활동이 중단되어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하며 가만히 기다린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기다리다 늙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위기의 시대는 늘 새로운 변화와 노력을 요구한다. 


정전이 되면 당황하여 공포에 매몰되기보다는 침착하게 양초와 성냥을 찾아 어둠 속에 불을 밝히려는 냉정한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마케팅 전략이 어둠 속의 양초와 성냥이 되기를 바란다.



투자는 가치를, 투기는 변동성을, 

도박은 확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도박에 100% 승률은 없다. 

승률의 무한반복은 "0"에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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