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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22. 2020

투자와 투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나의 베트남 출장으로 김 군과의 네 번째 만남은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졌다.

해외 로밍을 안 해도, 데이터 사용을 위한 저렴한 유심칩만 있으면, 무료 통화와 자료교환뿐만 아니라, 한국 내 방송 보기까지 가능한 시대이니,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쌀국수와 반미를 질리게 먹고 있네. 자네는 어떤가?"

"제 꿈을 명확히 하느라, 제 특기와 하고 싶은 일을 맞추어 보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 속에, 투자론이나 마케팅의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네.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네."

"네. 제가 너무 시험용으로만 공부한 듯합니다. 제 인생 고민에 적용을 해보고 있습니다."

"좋아요. 지금 나누고 있는 얘기들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이해해가는 과정이네. 마케팅 프로세스와 비교하면, 자신의 역량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네. 내가 예전에 쓴 자료를 보낼 테니 한번 보시게."

"멀리서도 신경 써 주셔서 감읍, 또 감읍하옵니다."

"이 친구, 너스레가 많이 늘었구먼. 보내는 자료를 통해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사는 사람인 지 생각해 보게. 기준이 없는 사람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니..."    




테스 형이 독배를 든 이유 


각종 경제 뉴스와 돈을 다루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인 "투자와 투기". 여러분은 구별을 하실 수 있나요? 투기는 나쁜 거라고요? 그러면 당신은 투자자인가요? 이것은 꿈을 위한 도전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숙명여대 강당에서 경제경영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투자와 투기. 여러분들이 실생활에서 무수히 많이 듣고 말하게 될 단어들입니다. 이 두 단어는 어떻게 다를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잘 아는 단어인 듯하면서도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대답하기 어려운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아는 듯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머리로만 알고, 말로 설명 못하는 지식은 실제 현장에선 무용지물입니다. 머리에만 담아두는 지식이 아니라, 여기 강당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는 금융인이 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자질입니다."


역시 어떤 일이던 보상이 있어야 적극적이게 된다. 답의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적극적인 논쟁 참여를 기대하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제시하는 학생에게는 마케팅 부서장의 직권으로 신입직원 특채를 하겠다는 간 큰 상품을 걸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돈을 투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같지만, 투자는 선한 경제 행위이고, 투기는 사회악입니다.”

“투자는 장기, 투기는 단기입니다.”

“투자는 증권사에서, 투기는 강남 아줌마와...” 웃음이 터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본질적 구분보다는 선악적 해석을 내놓았다. 그래서 참석하신 교수님들께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교수님들도 좀 당황하신 듯하였다. 공감할 수 있는 답은 결국 들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들은 어떤 답을 하실지? 강남 복부인은 이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회악인가? 주식시장의 또닥이(초단타 베팅)들은? 그렇다면 법으로라도 모두 없애야 할 것들인데 버젓이 시장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기는 엄연히 시장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상적인 경제 행위이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이 활발히 돌아가게 만들고 시장이 기능하도록 하는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투기가 없었다면, 자본시장의 거래들은 단순화되어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은 매우 어려워졌을 것이며, 이미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을 것이다.


경제적 행위 자체는 기능의 문제일 뿐, 도덕성은 시장 참여자 각각에 대한 개인적 평가로 판단할 문제이다. 그것이 우리가 본질적인 답을 찾지 못하는 함정이다. 투기라는 행위는 자본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투자와 투기는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행위의 기준이 다른 경제적 활동일 뿐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리며 독배를 마신 이유는, 자신의 삶을 이어 온 기준, 즉 철학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AI가 그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제 아무리 데이터 분석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인간 삶의 기준이 되는 철학을 가지기에는 아직도 너무 멀다.



판단의 기준, 가치와 변동성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가치와 변동성이다.

투자가는 행동의 기준을 가치(Value)에 두고, 투기를 하는 사람은 그 기준을 변동성(Variability)에 둔다.


즉, 투자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투자를 하고자 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평가(Valuation)하고, 그 평가 가치가 현재 가치보다 월등히 높다면 당연히 돈을 투입한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데 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는 현재 가치가 평가된 가치까지 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되판다.


가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투자자들은 가격의 변동이나 세간의 입방아에 휘둘리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투자자는 가치 분석가 즉 애널리스트에 가깝다. 설사 그가 분석가 아닐지라도, 전문 분석가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투기를 하는 사람은 투자 대상의 가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가격의 변동성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변동성이 큰 대상을 찾아다니며, 변동성의 폭과 변동주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그들은 분석가라기보다는 기술자에 가깝다. 그들은 가격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분석하여, 자기 자신만은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 수 있다는 절대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래 시간 동안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다.


좀 더 극단적이지만, 주식시장에서 또닥이라 불리는 초단타 매매를 하는 투기자들은, 거래 수수료 이상만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매매를 시도한다. 우리 주변에서 근무 중 상사들의 눈을 피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주식시세를 보고 있는 직원들은 거의 투기적 성향임이 분명하다. 가치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에 그리 매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들은 경기의 흐름과 시대를 주도하는 업종, 그리고 기업의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들을 고려하여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현재 가격과 비교하여, 그 갭(수익)이 만족할만한 크기인 지 판단한 후, 투자를 행한다. 그렇게 결정된 판단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의 투자대상이 평가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장기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BTS(방탄소년단)을 보유한 '빅히트'의 현재 가격이 20만 원이라면 일반인들은 부담스러워할 지라도, 만약에 평가가치가 40만 원이라면 그들은 투자를 감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이 아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기자들은 삼성전자 같은 우량기업보다는, 민감성 정보로 움직이는 상장폐지 직전의 부실주들을 선호한다.  그런 종목들은 단기간에 가격의 상승 하락의 진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가치보다는 변동성의 폭이 중요하며, 자신들은 늘 "저점 매수, 고점 매도"라는 타이밍 맞추기의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나 다른 경제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투기자는 당장이라도 단기적 가격의 변동만 가능하다면, 종합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후순위 판단 기준이다. 만약에 당신이 변동성 파악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면 그것을 활용하여야 한다.


독자 여러분은 투자가인가요, 투기가인가요?

인공지능 AI도 당신을 대신해서 그것에 대한 답을 결정할 수 없다. 오로지 당신만이 가능하다.


자신의 경제 행위의 정체성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자기를 기준이 확실한 것처럼 포장해도, 발생하는 상황마다 기준이 흔들려, 갈피를 못 잡고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준이 왔다 갔다 하게 되면, 당신이 금융투자이던 사업이던 무엇을 하던, 그것이 투자이던 투기이던 백전백패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계좌 개설 시 고객의 투자성향을 기록한다.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 등등. 그러나 고객들의 행태는 일관적이지 못하다. 투자를 하겠다며 삼성전자를 사고서는 부실주가 오르면, 자기 것은 왜 안 오르느냐며 직원을 닦달하다가 주식을 바꾼다. 또는 정반대로 부실주가 폭락하면, 왜 안전한 주식을 추천하지 않느냐고 불평하며 주식을 바꾼다. 이렇게 매번 기준이 불확실하면 최종 결과는 당연히 손실로 연결된다.


자신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인생관이며 행동을 결정짓는 철학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없다. 그것조차 분명하지 않다면,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알리고 부모의 돌봄으로만 생존할 수 있는 갓난아기와 다를 바 없다.


창업시장에서도 투자와 투기, 그리고 도박이 존재한다.

한동안 막걸리 열풍이 불며, 막걸리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간판갈이라 불리는, 기존 장사의 아이템을 바꾸어 막걸리 가게로 바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그야말로 열풍이 불었다.


권리금들이 오고 가며 부동산 투기를 하듯 장사의 본질을 잊어버린 결과는 참담했다. 유행의 막차를 탄 사람들은 권리금과 재 창업비용을 다 날리던가, 아니면 또다시 간판을 바꾸어 달아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사실상 기존의 "전"집이나 학사주점들과 차이도 없었을뿐더러, 일시적인 막걸리 열풍은 채 2년을 넘기지 못하였다. 변동성에 민감한 이런 것들이 바로 투기적 창업이다.


그러나 아직도 꾸준히 대를 이어가며 전과 막걸리를 파는 집들이 있다. 공덕시장 전집 골목이다. 족발 골목과 함께 공덕시장의 존재를 알리는 대표 명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가게별로 각자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가지고, 오랜 기간 장사를 유지하는 장인정신과, 일시적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오장동 냉면을 비롯한 백 년 가게들을 보라. 전통을 유지하며, 레시피 비법과 전문성, 그리고 사업적 지향점이 명확하기에 도전을 할 수 있으며, 부족한 자금은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가치 투자적 창업이다.


때로는 어이없는 확률적 도박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당하는 사기인 경우가 많다.


이제 왜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행동하는 사람인 지를 알아야만 하는지 이해될 것이다.


투자와 투기, 그리고 도박에 대한 기준을 왜 확고부동하게 새기고 판단하여 행동해야 하는지. 판단 기준이 생활화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지 않은 다른 길을 가기 때문이다.


"너 자신을 알라"던 나훈아의 테스 형을 기억하라



투자는 가치를, 투기는 변동성을 기준으로 행동한다.

기준이 흔들리면 결과도 흔들린다.

경제 행위의 선악은 그 기준이 아니라 행위자의 도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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