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러지 마시고 식사를 같이 하시죠. 저번에 참치도 사주시고, 저 때문에 시간도 내주시는데."
"그럼 자네가 부담이 안되게, 혹시 이 근처에 떡볶이 집이 있나?"
"가게들이야 많지요. 그래도 떡볶이라니요. 그러면 제가 너무 죄송한데요."
"내가 생각이 난 것이 있어서 그러네. 혹시 '두 끼'라고 아나?"
"선생님 같은 분께서 '두 끼'를 아세요? 하하하. 이 곳에도 뭔가 비밀이 있군요."
"이 친구가 이제 점쟁이가 다 되었구먼... 하하하."
문득 베트남에서 본 '두 끼'라는 떡볶이 브랜드가 생각났다. 사업 초창기 차별화가 잘 된 브랜드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들어 동남아 진출이 활발한 것 같다. 김 군이 나를 안내하며 두 끼를 향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필수적인 기본 요소로 "자금"과 "기술"을 말한다. 돈으로 기술을 살 수도 있고, 기술로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다. 서로가 없으면 사업의 시작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두 가지가 다 있어도, 그것들을 묶어 사업을 잘 이끌어 갈 사람의 열정이 먼저다. 당연히 그것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더 있다.
그것들이 사업을 할 때 필요한 '자본'이다. '현금 자본'과 '기술 자본'외에도 인적 자본, 물적 자본, 재능 자본, 육체적 자본과 정신적 자본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없다. 각자가 가진 자본을 바탕으로 나머지 것들을 채우는 것이 자본 조달 과정이다.
오늘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금과 기술 자본이 아닌 인적 자본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영원한 양지도 영원한 음지도 없다
얼마 전 방영된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떡볶이 브랜드 "두 끼" 김관훈 대표의 스토리는, 사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사업은 "돈"과 "기술"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에게는 슬픈 별명, "열정 없는 김대리"는 생계를 위한 취업은 했으나, 무기력한 삶의 반복을 상당 시간 유지한다. 열정이 없다는 것은 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고, 꿈이 없다는 것은 도전의 동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사소한 사건이 제공했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음식 주문을 하면 계산을 해야 한다는 걱정에,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먼저 주문하길 기다리는 궁핍함.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초라함에 엉엉 울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금수저라 생각했다. 농촌지역인 강원도에서 트랙터 류의 대형 농기계를 취급하는 대리점 사장인 아버지 밑에서, 대학 입학 선물로 자동차를 선물 받을 정도였으니 그럴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옛 추억일 뿐,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암 투병이 시작되자, 그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평범한 청년이 되었다.
때로는 궁핍함 속에서, 그 반대급부로 꿈이 생기기도 한다. 그에게 고난의 극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추억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친구들과 동전 몇 개로 사 먹던 떡볶이에 대한 즐겁고 좋은 기억들.
여기까지는 모두가 그렇듯이 우리네 인생처럼 신파 드라마 같은 스토리이다. 나는 말한다. "영원한 음지도, 영원한 양지도 없다. 못 나간다 기죽지 말고, 잘 나간다 유세 떨지 마라."
핵심은 지금부터이다. "열정 없는 김대리"의 떡볶이에 대한 꿈은 열정을 분출하고, 그것은 그를 미친놈이 되게 만들었다. 광인(狂人)이 아니라 도인(到人). 미친다는 것은 어느 선에 도달해 그것을 넘었다는 뜻이다. 선을 넘은 사람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다. 자동차에 미친 사람은 광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최고의 마니아이다.
막상 떡볶이 창업을 생각했으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그는 전국의 떡볶이 가게를 유람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열 군데의 가게를 찾기도 하며, 전국 팔도의 유명 가게부터 뒷골목 숨어있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신물 나게 먹어보고 연구했다.
보다 나은 레시피를 얻기 위하여, 인터넷 동호인 카페도 만들어 마니아들을 모았다. 그들과 함께 버스를 대절하여 "전국 순회 떡볶이 탐방"을 하며, 토론을 하고 레시피를 벤치마킹했다. 그동안 모은 레시피만 하여도 그 수를 기억하기 힘들 정도일 듯하다.
궁핍함과 초라함 속에서도, 추억이 꿈을 만들고, 꿈은 열정을 주었다. 열정은 그를 행동하게 하였고, 행동은 성공을 만들어 주었다. 여러분들도 준비된 자가 되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준비된 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떡볶이와 어묵의 만남
이렇게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또 다른 자산을 얻게 되었다. 동반자, 또는 창업 공신이라 할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목표에 공감하고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를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무형의 자산이다. 사업가나 경영자는 늘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는 그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부산 어묵집 아들. 동호인 모임에서 그와의 운명적이 만남을 가지게 된다. 어묵 사랑에 빠져, 부산에서 서울 모임을 올 정도의 엉뚱함을 가진 자신보다 어린 청년.
그들은 스스로를 "떡볶이 프린스"와 "어묵 프린스"라 칭하며, 최고가 되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이어지는 만남들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쌓아간다. 떡볶이와 어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다.
"두 끼"가 가능했던 것은, "어묵 바"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전국을 돌다 부산 방문을 한 김 대표에게, 어묵집 아들은 부산에 온 김에 자신의 가게로 와달라는 연락을 했다. 방문을 해보니 단순한 어묵집이 아니라, 그곳은 어묵을 생산하는 큰 회사였다.
그제야 김 대표는 어묵 프린스가 '삼진어묵'이라는 중견 기업 사주의 아들 박용준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아버지는 김 대표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평가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공장을 자주 드나들다 보니, 소위 말하는 그의 창의적인 똘끼가 작동했다. 아이스크림처럼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어묵 바'를 생각해낸다. 발상의 전환, 그것은 그에게 크나 큰 성공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 성공은 '삼진어묵'의 결단과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 그가 가진 것은 몇백만 원의 돈과 아이디어,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과 어묵 프린스와의 인간관계뿐이었다.
공장에서는 제품 생산과 납품을 선 지원해 주고, 대금 납부는 수입이 생기고 나서 받기로 하는 큰 위험을 감수하며 그를 지지해 주었다. 당연히 그러한 위험을 감수했기에, 어묵 회사는 세계적 체인망을 가진 떡볶이 회사와 윈윈 하는 상생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 같은 믿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빛이 난다.
어묵 바'로 얻은 큰 수익은 그에게 원래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원천 자금이 되어, 지구 반대편에서도 떡볶이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그의 야망을 이루게 된다. '두 끼'는 그렇게 탄생된 것이다.
두 끼의 김 대표가 동호회를 통해, 수많은 마니아들을 모으고 , 어묵 프린스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꿈이 만들어 낸 열정, 그 열정이 빚어낸 인간관계. 광기를 인정하는 신뢰.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업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자본은 그 관계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투자자와 기술자, 소비자와 생산자, 경영자와 직원, 창업자와 동업자 등등. 이 관계들의 중심에 서로의 가치를 결정하는, 인간관계라는 추상적인 열쇠가 숨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