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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30. 2020

마케팅 프로세스

아라비안과 수도꼭지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어느덧 정이 들었는지, 이제는 김 군의 전화만 받아도 즐겁다.

오늘도 발신자명으로 김 군의 이름 뜬다. 목소리가 약간 들떠있다. 좋은 일이 생긴 건가?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목소리가 통통 튀네 ㅎㅎㅎ"

"그렇게 들리셨어요? 제가 몇 군데 입사지원을 했는데, 그중 한 군데서 서류심사에 이어 시험을 통과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좋다기보다 걱정도 되고요."

"어이쿠 잘 되었네. 축하해요."

"축하는 아직... 최종 합격을 한 것도 아닌데요 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가져요."

"네. 그럴게요. 그렇지 않아도 면접을 대비해서, 그동안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정리해 보고 있어요."

"그렇군. 내 얘기들을 수용한다니 감사하네."


뭔가 김 군의 면접을 위해서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군. 면접이 언제인가?"

"다음 주 화요일인데요."

"그럼 이번 주 토요일 12시에 만납시다. 조금이라도 면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마케팅 프로세스라도 이해시켜, 면접 상황에서 활용되기를 바라며, 만남을 기약했다.




그동안 김 군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이미 마케팅의 내부 분석을 경험했다. 그리고 자본의 여러 가지 모습을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에 대해서도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실행 수행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실행전략을 만드는 마케팅 프로세스를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라비안 나이트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이며 모험가인 'T.E. 로렌스'와 관련된 웃픈 이야기가 있다.




로렌스는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평화회의에 12명의 아라비아인들을 데리고 참석하였다. 아라비안들에게 파리의 모습은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고, 사막에 길들여진 습관을 깨야하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중동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동행해야 할 아라비안들이 나타나질 않았다. 시간을 맞추느라 헐래 벌떡 숨 가쁘게 그들의 호텔로 달려가 보니, 욕실에서 수도꼭지를 떼어내려 난리통을 벌이고 있었다.


로렌스가 그들에게 물었다.

"수도꼭지는 왜 뜯어내려 하세요?"


그들의 답이 가관이다. 웃기고도 어이없는 대답이다.

"이 수도꼭지를 가져가면, 사막에서 샤워를 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살아온 그들의 눈에는, 수도꼭지가 언제나 물을 얻을 수 있는 알라딘의 램프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수도꼭지 뒤에 감춰진 거대한 상수도 시스템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혹시 우리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아라비안의 수도꼭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싶은데, 햄버거 가게를 가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변화를 원한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실행 전략을 짜야한다. 그러러면, 전략 도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알아야만 한다.


이미 이전의 글들에서 설명한 여러 용어들을 통해, 자신이 아라비안인 지, 파리지앵인 지를 판단했으리라 생각한다. 용어의 정의를 외우려 하지 마라. 그것은 퀴즈나 자랑질에만 사용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들의 살아있는 의미와, 우리 생활 속에 그것들이 어떻게 존재하는 가를 느끼고 체화하는 것이다.


그럴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우리는 파리의 상수도 체계를 체험하러 갈 것이다



신기루와 사막의 오아시스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무엇이던 그 이면의 세계가 있다. 겉모습으로 속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꿈꾸며, 아리비안들이 갈망했던 수도꼭지는 신기루였다. 수도꼭지 뒤에는, 그들이 몰랐던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물을 버리는 하수도와 구분해서, 공급을 담당하는 상수도 체계를 간단히 요약하면, "취수-도수-정수-배수-급수"의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과정은 또다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수'에만 8단계의 처리 과정이 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이 문제없이, 말 그대로 물이 흐르듯이 진행되어야,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다.


이것을 보다 단순화하면, "취수-정수-급수"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마케팅도 그러하다. 마케팅의 진행 프로세스를 상수도와 비교하여 간단히 요약하면, "분석-기획-실행"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단계인 분석(취수)이란 무엇인가?

최종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원재료를 모으는 것이다.


분석은 내부 분석과 외부 분석으로 구분하는데, 내부 분석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고, 외부 분석은 경쟁자의 능력을 분석하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4Cs 분석'이라 한다. 또는 경쟁력이나 역량 분석이라 말하기도 한다. 서서히 알게 되겠지만, 이것은 상수도 체계의 첫 번째인 원수를 확보하는 취수 과정이다. 마케팅의 시작이요 결과를 얻는 원천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두 번째 단계인 기획은, 확보된 원수를 맑은 물로 만드는 과정이다. 분석을 통해 확보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정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SWOT와 STPD분석이라 말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 설정과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3번째 최종단계인 실행은, 정수된 물을 소비자가 쓸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그들이 쉽고 편하게 사용하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를 4Ps 마케팅 믹스라 칭한다.


즉 마케팅 프로세스는 "4Cs - SWOT - STPD - 4Ps Marketing Mix"의 순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사업들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사업이 아닌 인생살이 속의 일들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우리가 마케팅의 전략적 사고 구조를 몸에 익히려 하는 이유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모든 일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데서 시작한다. 그것이 내부 분석이다. 내부 분석은 4Cs 중 자사 분석(Company)을 말한다.


내부 분석은 자기가 가진 것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이 세상에 유용한 것인 지, 쓸모없는 것인 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번 책에서 초반부의 글들은 독자들 스스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주기 위한 글들이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와 무엇을 가졌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분석의 과정이었다 생각하면 된다.


강과 바다가 널려있다고 모든 물이 수돗물이 될 수는 없다. 정수가 가능한 물이어야 취수장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공급의 지속이 가능해야만 하고, 가정에 도달하기 쉬운 지리적 위치도 고려해야 한다. 원천수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서야 다음 과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내부 환경 분석이란, 자신의 자원 중 쓸 수 있는 원천수를 찾아내고 결정하는 일이다. 그것을 어떻게 쓸지는 다음 과정의 일이다.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더욱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원천이다.


소를 잡는데, 닭 잡는 칼을 쓰지는 않는다. 일의 내용과 도구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를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있지만,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 수 없을뿐더러, 그 칼에 사람이 다치거나, 소의 뿔에 받혀 죽을 수도 있다. 칼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용도를 모르고 덤벼들다가는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마다 그 쓰임새가 다르니, 적절한 용도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거나 위태로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도구를 사용하여만 비로소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중국 원나라 말기의 정치가이며 주원장의 책사가 되어 명나라를 개국하는데 기여한 '유기'의 일화가 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유기에게 우승상의 자리를 맡기고 싶다며 의중을 물었다.


"나라의 대사 가운데 재상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재상을 바꾸는 것은 궁중의 기둥을 바꾸는 것과 같아, 반드시 큰 재목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작은 목재를 썼다가는 부러지고 말 테니까요. 저는 작은 목재에 불과한데 어찌 재상의 자리를 감당할 수 있겠나이까."


그러자 주원장은 또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양헌은 어떠하오?"


"양헌은 승상의 도량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승상이라면 모름지기 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고여서는 안 되지요."


"그렇다면 호유용은 어떻소?"


"절대로 안됩니다. 그는 사사건건 분란을 일으키는 인물이므로, 수레에 금이가고 바퀴가 부서지는 형국이 되고 말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헌은 모함을 받다가 죽임을 당했고, 뒤를 이어 호유용 또한 모반죄로 멸문지화를 당했다.




주원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유기'의 분석이 정확했던 것이다.


한나라의 인사에서도, 재능을 갖춘 수많은 인물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왕의 운명이 좌우되었는데, 하물며 사업에서는 두말이 필요 없다. 인재를 선택하듯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파악하고 분별하여 용도에 맞게 활용하기 위한 것이 내부 분석이다.


마케팅 프로세스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다.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보다 심도 있게 학습이 필요하나, 이번 글들은 여러분들의 뜻을 이루도록 돕기 위한 안내서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머지 글들을 통해 자신의 삶에 적용 가능하도록 마케팅 전략의 프로세스를 쉽게 체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마케팅 프로세스는,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실행이 가능토록 하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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