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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30. 2020

4Cs 분석

침대는 과학이다

내부 분석에 이어 4Cs의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자네가 듣고 정리한 것들이 마케팅 프로세스 중에서 내부 분석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겠나?"

"네. 내부 분석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는데요. 왜 그러신 건가요?"

"그만큼 중요해서이지. 모든 일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란 것을 잊으면 안 되네. 일을 고민하고, 계획하며, 결과를 만드는 것도, 자신임을 기억해야 해. 그래서 다각도로 다양하게 모두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네."

"이제 나머지 과정들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자네는 강릉의 다섯 개의 달을 아시나?"

"저는 처음 듣는데요. 그게 뭔가요?"





강릉에는 다섯 개의 달이 있다.


관동 팔경 중 으뜸이라는 갈릉 경포대에서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특히 유명하여, 추석에는 달맞이를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한다.


다섯 개의 달은 ‘하늘에 뜬 달’,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을 말한다.


하나의 달을 두고도 다섯 개의 달을 모며, 각자가 좋아하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대중은 하나의 욕구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과 적합한 달을 선택해야 한다. 연인은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을, 풍류객은  ‘술잔에 빠진 달’을, 누군가는 다른 달을 그리워할 것이다.



4Cs의 나머지 질문들


나에 대해서만 알면 될까? 아니다.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다른 경쟁자들은 무엇을 가졌을까?"

"내가 가진 것과 같은 것으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나를 제외한 세상의 모습은, 내가 잠자고 있는 동안도 바뀌고 있다.


경쟁자뿐만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할 사람들과 구매자가 될 대중들 역시 바뀌고 있다. 그들이 가진 것과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알아야, 비로소 그들을 만족시킬 방법과,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즉, 외부 분석은 경쟁자 분석만이 아니라,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파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경쟁을 떠나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이것을 알아야 비로소 세상과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내가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이 바라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마케팅이다.


남들은 비싼 외제 생수를 사서 먹겠다는데, 자기 혼자만 싼 수돗물을 고급 유리병에 넣어 팔겠다면 누가 사서 먹겠는가? 외부환경 분석은 그래서 필요하다.


4Cs 분석의 4가지는 Company(자사), Competitor(경쟁자), Consumer(소비자), Channel(경로)를 말한다. 이미 이전에, 우리는 자사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대화했다. 경쟁자 및 소비자 분석, 그리고 경로 분석에 있어서도, 이미 경험한 자사 분석의 방법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그것들 역시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바탕으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침대는 과학이다  


한국의 8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생활환경의 고급화와 서구화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온돌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아파트의 보급과 소비성향의 서구화가 반영되어, 침대의 생활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대도시의 침대 보급률이 50%를 넘어가는 성장기를 맞게 된다.


돈이 보이는 곳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국내 유명 10대 가구업체들은 모두가 침대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소 침대 제조업체들까지 달려들었다. 극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가구기업이었던 특성 때문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시장을 공략하였고, 중소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였다. 메이저 업체였던 '에이스 침대'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에이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소비자 조사를 비롯한 환경 분석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조사 결과, 에이스 침대 브랜드의 높은 인지도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들의 구매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침대의 기능보다는, 침대를 하나의 가구로 인식하고, 디자인 선호도에 따라서, 다른 가구와 함께 세트로 구매하는 성향이 높았다.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자신들의 내부 환경에 경쟁우위 요소들을 찾는다. 제품 개발을 위해서 에이스 침대에는 '침대 공학 연구소'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에서 수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인간에게 단일 행위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잠이었고, 쾌적한 수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런 외부 환경과 내부의 장점을 결합하여, 소비자들의 마인드를 저격하는 선언을 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 슬로건 하나로 구매자들의 인식과 침대 시장의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당시 코미디 프로에서 사용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초등학생들이 침대를 가구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교육위원회의 항의가 있었을 정도이니 알만하다.


외부 환경은 경쟁자 분석만이 아니다.


생활의 변화와 유행, 산업 트렌드,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사항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모두를 볼 필요는 없다. 볼 것들을 구분하고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다. 구분하는 것은 STPD의 첫 단계인 세분화(Segmentation)에서 수행을 한다.


에이스 침대의 사례는 마케팅에서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역전 승부는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솔직한 분석과 남들을 비교해보라.


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다. 매우 부정적인 표현이다. 자신만 알고, 남들과 세상에 대해 모르니,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에게 외로움만 남을 뿐이다.


분석을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 보다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소통이란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야 서로가 필요한 것을 교환할 수 있다.


그것이 성공을 위한 인생 마케팅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마케팅 분석은 재료를 모으는 것이며,

자신의 역량과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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