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지금 저에게 딱 필요한 것들이에요. 그리고 사례들을 머릿속에 새기며 정리도 되고요."
"그래도 너무 급한 것은 좋지 않으니, 오늘은 STPD 이야기들로 마무리 하세. 프로세스의 특징상, 마케팅 믹스와 차별화는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 맞을 듯하네."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분석을 바탕으로, 그것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SWOT와 STPD 분석 단계이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것은 흙탕물을 맑은 물로 정수하는 단계이다. 정수 과정이 8단계의 과정을 거치듯이, 불순물을 걸러내고 정제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SWOT는 자신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요인, 상황의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말한다. 이것들을 4가지 상황별, 요인별로 분석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참고하는 방법이다. 전략 수립 과정에서 기업 내부 및 기업 외부의 환경적 요소를 요약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사업 이외의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들 스스로에게 자신의 강약점과, 상황의 기회와 위협요인을 적용해서, SWOT 분석을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상황별 능력별 대응에 유효하다.
마케팅 전략을 도출하는 핵심과정이 STPD이다. 이것은 4가지 과정을 거치는데,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목표 설정(Targeting), 위치 설정(Positioning), 차별화(Differentiation)의 앞글자들을 따서 STPD 분석이라 한다. 이전의 모든 분석과 STPD는 궁극적으로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 과정들이다.
남들과 차별화된 경쟁력만이 인생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절대적 무기이다.
사자의 사냥법
세렝게티 초원의 최고 포식자인 사자들은 풀 덤불에 웅크리고 숨어 앉아서, 지루할 정도로 사냥감을 기다렸다가 먹잇감을 낚아챈다. 그러나 초원의 건기에는 먹잇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코끼리 같은 큰 동물도 사냥을 할 수밖에 없다.
작은 동물을 사냥할 때에는 주로 목을 물어서 질식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큰 동물을 사냥할 때에는 척추를 집중적으로 물어서 사냥을 한다. 사냥감의 몸 위에 올라탄 후, 척추를 물어서 힘을 서서히 빼가면서 사냥감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6톤이 넘는 거대한 코끼리를 사냥하는 것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사자들이 코끼리를 사냥하는 방법을 터득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건기의 먹이부족(위협)과 물을 찾아 웅덩이로 이동(기회)하는 다양한 동물들(시장 세분화) 중에서, 코끼리(목표 설정)를 선택한다. 공격할 위치와 방법들을 정한 후 코끼리의 활동이 약해지는 밤을 기다렸다가(포지셔닝) 공격을 하는데, 이때 사자들만의 코끼리 사냥법(차별화)으로,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암사자가 10여 마리 이상의 무리들을 리드하여 이끈다.
억지스러운 비유이겠지만, 사자들의 생존을 위한 코끼리 사냥에서조차도 SWOT와 STPD의 개념이 녹아있다. 하물며 우리네 인생에서 생존을 위한 사냥이 필요하다면 어찌해야 할지 명확하다. 이런 프로세스를 잊지 말고 적용해보라.
담배회사가 맥주를 만든다고?
시장 세분화를 통해 타겥을 선택하고 포지셔닝하여 차별화에 성공한 마케팅 사례를 하나 보자. STPD를 적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타르와 니코틴이 적어 여성용 담배로 인식되던 '말보로(Marlboro)'를, 남성적인 담배로 포지셔닝하여 성공했던 '필립 모리스'의 이야기이다. 맥주회사 '밀러'를 인수하면서, 담배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재현할 기회를 갖게 된다. 남성이라는 콘셉트에 친숙한 것이 그들의 강점이었다. 이것은 마케팅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맥주의 근원지가 유럽이다 보니, 양조 기술자들의 유럽식 사고방식이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소비자의 가치보다 맥주의 향과 수질, 발효과정 같은 제품의 기술적인 면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 소비자들은 소수의 마니아를 빼고는 맥주의 맛을 구별하지 못한다.
필립 모리스는 말보로의 성공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넘어선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때, 판매가 증가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케팅의 전략을 수정하기 위해서 소비자 파악에 돌입한다.
맥주의 광고 판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층이 젊은 남성이며, 소위 '블루 칼러'라 불리는 노동자들인 것을 알아내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심하게 관찰함과 더불어 다른 회사들의 마케팅까지 비교한다.
맥주시장의 선두주자였던 '버드와이저'의 광고는, 블루 칼러의 실제 삶과 너무 무관하게 동떨어진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급 저택 정원의 수영장 주위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배경으로, 우아하고 부유한 한쌍의 남녀가 버드와이저를 마시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밀러는 곧바로 방향을 선회하고 블루 칼러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밀러 하이 라이프(Miller High Life)를 만들고, 소비자 광고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그 효과로 블루 칼러의 일상생활에 침투하게 되고, 일과 후 한잔 하는 시간을 '밀러 타임'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과 음주습관에 맞추어 포장과 유통도 바꾼다. 사냥이나 낚시 등에서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기존의 갈색 병을 줄이고 캔 맥주를 증가시킨다.
밀러의 성공 프로세스에는 STPD의 단계들이 모두 담겨있다.
우선 그들은 분석의 단계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것은 STPD 과정을 수월하게 하는 결정적 원천이 되었다. 그들이 말보로의 성공을 통해 터득한 남성이라는 주제와 익숙한 것도 큰 강점이다. 경쟁자들의 습성과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것 또한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를 파악한 것은 금맥을 찾은 것이다. 거기다 광고의 포인트를 잘 활용했다.
STPD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차별화는 탁월하다.
소비량 바탕으로 시장을 세분화하여, 젊은 블루 칼러를 타게팅하고, 밀러 하이 라이프로 포지셔닝하여, 기존 회사들과 제품 및 이미지의 차별화를 달성하였다. 이것은 각각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의 8단계 정수과정처럼,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를 통하여 블루 칼러들의 지지를 받게 되자, 밀러는 동네 가게들과 슈퍼 등 기존의 유통망에서도 호응이 높아지게 된다. '일과 후의 한잔'을 의미하는 '밀러 타임'이 대중에게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는 것은, 홍보 효과를 떠나서,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 지를 깨닫게 해 준다.
STPD를 다시 정리해 보면, 시장 세분화해서 정밀하게 분석하여, 자신들에게 가장 유효한 목표를 선정하고,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과정이다.
필요에 따라, 세분화는 여러 가지 이슈들로 나눌 수 있다. 정치에서 보면, 단순히 보수와 진보로 나누지만, 더 나아가 여론 조사를 보면, 남녀별, 연령층, 지역별, 직업별 등으로 나누어 구분할 수 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시장에 대한 세분화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나누어야 한다.
타게팅은, 세분화 대상 중에서 자신들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에 가장 유효한 집단을 선정하는 것이다.
포지셔닝은, 시장 내에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차별화는 마지막 글에서 다시 설명할 것이다.
인생에서도 이런 세분화와 타게팅은 참으로 중요하다. 모든 것을 목표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선정하기 전에, 세분화해서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잡는 것만 해도, 우리는 이미 큰 성과를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