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잘 받아주어서 오히려 내가 고맙구먼. ㅎㅎㅎ"
사실 앞의 이야기들은 전부 차별화를 얘기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들이었다.
"이제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자네 자신을 무엇으로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할지를 고민하는 것이야. 당장에 다음 주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네."
"그러려고요. 저를 돌아보니 저도 장점이 많더라고요."
"지난번 고깃집에서 보니, 먹성이 좋더구먼. 먹는 모습이 참 맛깔나던데. 요즘엔 먹방 유튜버도 대세이니 그걸로 차별화하면 되겠네. ㅎㅎㅎ"
둘은 웃음을 나누며 마지막 대화를 이어간다.
차별화를 얘기하려니 이번 글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마케팅 전략의 궁극적 목표가 '차별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별'이란 무슨 뜻인가?
나에게 있어서 차별은 단순히 남들과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쟁력의 차별화를 위해, 그저 제품에 단순히조그만 차이만을 만들어 낸다면, 누구나 금방 흉내를 내고 따라와,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여기서 차별화는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차이는 남들이 흉내 낼 수 없고, 경쟁력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만 한다.
조그만 다름이 경쟁력 우위가 될 수 없음을 주변에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햄버거 브랜드들을 보면, 맥도널드를 선두로 버거킹, 롯데리아 등등이 경쟁을 하고, 후발업체들의 치열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서로 남들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햄버거는 철판에 패티를 굽는데, 버거킹은 그것과 차별화해서, 숯불에 구웠기 때문에 맛이 더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그마한 다름이 차별화가 아니기에 시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조그만 다름이 아니라 개념을 아예 바꾸는 차별화의 사례가 있다. 지금은 중견 기업이 된 카페 '설빙'.
커피 가게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상황에서, 대표 메뉴를 '빙수'로 차별화하고, 디저트 역시 인절미 등 한국적 요소를 더하여, 케이크 위주의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를 했다. 당연히 브랜드도 영어가 아닌, 정체성의 특징을 담는 차별화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번 각인된 차별화는 다른 사람이 따라 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이름의 브랜드들이 실패한 것에서 확인된다.
스포츠의 전설들
차별화는 변화 혁신의 결과물이자 상징이다.
바보라 불리며 엉뚱한 생각으로, 남들과는 전혀 다른 차이를 만든 것이 역사를 바꾸기 때문이다.
1908년 런던 올림픽 최고 기록 1분 24초.
1920년 엔트워프 올림픽 1분 15초.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1분 8초.
수영 영법 중 배영 종목 100야드 경기의 세계기록이다.
암스테르담 올림픽 이후로 10년 동안, 배영 100야드 경기에서 1 분벽은 인간이 넘지 못할 한계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런데 올림픽도 아닌 고등학교 시합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는 세계기록이 나온다.
1938년 고등학교 시합 최고 기록! 1 분벽 돌파.
일리노이주 챔피언쉽에서 58.5초라는 엄청난 대기록이 탄생한다.
16세의 고등학생이었던 '아돌프 키에퍼'가 플립-턴(Flip-Turn)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반환점을 도는 기술을 사용했다. 그것은 속도의 혁명을 불러왔다.
그 당시까지 수영선수들은 턴을 해야 하는 구간에 오면, 속도를 줄이지 못하여서 손으로 벽을 짚고 턴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가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플립-턴은 반환점 1m 앞에서 180도 돈 다음, 두 다리로 벽을 힘차게 박차고 다시 반대편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가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턴 방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플립-턴은 고등학생이었던 아돌프 키에퍼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니다. 속도혁명을 불러온 이 세계적인 발명을 한 사람은 그의 스승인 '텍스 로버트슨'이다.
그가 지녔던 단순한 의문점 하나에서,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플립-턴'이라는 차별화가 가능해졌다.
"왜 사람들은 반환점을 손으로만 터치해서 돌까?
"턴을 할 때, 손이 아닌 발로 반환점을 치고 나오면 훨씬 속도가 더 붙지 않을까."
늘 해왔던 것에 대한 질문과 그 당시로서는 바보스러운 대답이, 수영의 역사를 바꾸는 신기술을 만들었다. 변화혁신의 대표적 사건이다. 손에서 다리로 개념을 완전히 뒤집은 차별화인 것이다.
수제자 아돌프 키에퍼에게 이 방식을 가르쳐서, 세계기록을 깨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7세의 나이로 금메달까지 딸 수 있었다.
아무리 선수가 완벽한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보다 나은 방법에 대한 고뇌와 탐구 끝에, 차별적 기술을 개발한 스승이 없었다면, 인간 한계의 극복은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 남자 체조의 대표 인물인 양학선도 차별화의 상징이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최고 난이도의 도마 기술로,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를 비틀어 돈 후, 정면으로 내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다.
만약에 이 기술이 다른 선수들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었으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선보이고 1년 이상이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치열한 승부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양학선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기에 FIG(국제 체조연맹)로부터 "양학선"이라는 이름의 신기술로 공식 등재된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흔하다. 기록 경신이라는 한계 극복이 선수의 숙명이기에, 늘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연마하는데 주력한다. 하물며, 우리는 약육강식의 경쟁이 난무하는 세렝게티 초원에 살고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해 무엇하랴.
또 다른 차별화들
이렇게 모든 영역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실 모습만 다르지 모든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입사 지원자들 내에서 구별되는 차별화, 개별 회사 내에서 다른 직원들과 비교되는 차별화, 지역 단위 내에서 구분되는 차별화 등등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특이한 장단점을 가지고 차별화하는 일상들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가장 전파력이 강한 유튜브만 보더라도, 먹방, 뷰티, 키즈 등으로 차별화된 수많은 유튜버가 활동하고 있다. 먹방만 해도 엄청난 식사량이나, 먹는 소리, 먹는 방법 등등으로 각자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장소의 차별화도 있다. 시장개척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도 외국인에게는 매우 차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마치 태국의 똠양꿍이나 베트남의 반미가 한국에서는 차별화된 메뉴이듯이 말이다. 한국의 뻥튀기가 외국에서 히트 상품이 된 것을 참고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국내에서는 치열한 경쟁의 패배자가 될 수 있으나, 지역을 달리하면 차별화가 가능한 경우이다.
교육에서도 그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금년 초, 지방 소재 전문대학의 사무처장이 교수님 한분과 함께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베트남의 교육 사업을 소개한 칼럼을 보고 자문 요청이 온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신생아 수가 계속 줄고 있는 가운데, 이미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경쟁력과 차별성이 없는 지방 대학들의 소멸이 눈 앞에 있음을 얘기한 칼럼이다.
2017년 4월 기준 4년제 일반대학의 정원은 316,525명이다. 2017년 신생아 수가 4년제 일반대학의 입학정원보다도 적은 것이다. 외국 연수생 유치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탈출구를 찾기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베트남의 국제학교와 대학들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 멜버른 공과대학 분교(RMIT)이다. 20여 년 전 2~3개 학과의 전문대로 시작하여 지금은 호찌민에 엄청난 규모의 캠퍼스를 가진 종합대학이 되었고, 하노이에도 분교를 가지고 있다.
찾아온 관계자분들께, 해외 대학들의 시장개척 사례들과, 현지 제도 등에 대해 조언을 드렸다. 해당 대학의 뷰티학과나 미용 및 대중음악 분야 등은, 베트남에서의 한류 붐과 생활수준 변화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있어, 진출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주었다.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한국 대학들의 보수성과 변화의지 부족, 도전과 실행이 없는 운영 등 필자의 경험도 함께 전달했다.
입시학원이나 온라인 학습 분야도 국내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학생 수 감수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시야를 넓혀 동남아를 바라보면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
인생을 차별화 하자
사업에서의 차별화 보다도 삶 속에서 유용한 차별화를 강조하고 싶다.
취준생들의 차별화는 단순히 대학의 브랜드나 학과와 스펙만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모범생형에서 창의적 인재로 바뀌고, 남들과는 다른 차별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신입사원의 선발 기준이 바뀐다는 것은, 현재 근무 중인 종사자들에게도, 그러한 인재상을 요구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이 글들을 쉬운 이야기로 쓰게 된 이유가, 그 의미를 생활 속에 녹여낼 수 있게, 체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차이를 느끼며, 삶 속에 적용해 본 사람이라면, 어느 상황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는 응용력이 생길 것이다. 고급 스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차후 실전 편을 쓸 예정이다
기업과 달리 생활 속에서는, 조그만 차별화만 이루어져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 현재를 바꾸는 변화를 원하고, 무엇인 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전 의지를 다듬는 용도로, 이글들이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을 외쳐대고, 모든 사업가들이 발상의 전환을 말하지만, 차별화를 만들어 내는 이러한 창의성은, 누구보다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이다.
인생에서 차별화란, 물리적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성질이 바뀌는 것이다. 성형을 통해 얼굴을 바꿔도, 그 사람의 성품과 의지는 바뀌지 않는 것을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