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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30. 2020

4Ps 전략과 마케팅 믹스

연출가는 괴로워

일요일이라 어제에 이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아침 일찍 만나 청계산 매봉에 올라 막혔던 숨을 내쉬면서, 서울을 내려다보았다. 하산길 끄트머리에 파전 한 접시와 막걸리를 나누며,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산행은 어땠나?"

"오랜만에 도시에 갇혀있다가 산을 오르니, 가슴이 뻥 뚫리네요. 정상에서 바라보니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정상에 서보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남들이 빨리 간다고 쫓다가는 금방 지칠 수 있으니, 언제나 자기 체력을 알고 거기에 맞게 올라가면 되는 거네."

"네.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았어요. 정리가 되니 자신감도 생기고요."

"산을 오르는데도 여러 가지 등산로가 있어요. 길을 알아야 산에 오를 수 있듯이, 세상 일에도 길이 있네. 이미 여러 길을 다 올라본 사람은 선택하기가 쉽지. 그러니 이미 산을 올랐던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많이 들어야 수월하겠지?"

"그러려고요. 우물 안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다음 주가 면접이라 했지? 오늘 남은 이야기를 마무리합시다."


대학 동아리에서의 경험담으로 마케팅 믹스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연출가는 괴로워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의 신입생 워크숍 공연에서의 일이다.


훤칠하고 잘 생긴 외모에 연기력도 제법 있는 신입생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는 원래부터 배우를 꿈꾸어 오며 연기 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당연히 주인공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선배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모노드라마가 아니기에, 신입생들 간의 앙상블이 중요했던 거다. 오히려 그를 설득했다.

"네가 연기력이 있으니 뒤에서 바쳐주면 좋겠다. 큰 배우가 되려면 자신을 낮추고 동료들과 맞추는 것도 경험해야 해."

   

연극은 종합 예술이다. 배우, 무대, 음향, 의상 등등의 많은 것들의 앙상블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감동으로 전달한다. 배우 자신도 단순한 대사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 마임, 노래, 동선 등을 통해 의사표현을 한다. 모든 요소들의 앙상블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 동아리의 특성상 배우들 간의 갈등 해소가 가장 어렵다. 누군들 주인공을 마다하겠는가? 조연 배우가 주인공 탈락에 대한 아쉬움으로 자기를 드러내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주인공은 역할에 대한 부담으로 오버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앙상블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수위를 잘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품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 배우가 너무 나서거나 무대 의상이 너무 화려하면, 공연이 끝난 뒤에 작품에 대한 감동은 없고 그 배우와 의상만 기억날 것이다.


구성원과 구성 요소들을 잘 이끌어, 모든 것이 하나의 유기체로 조화를 이루고, 뜻하고자 한 것을 전달하여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연출자의 능력이다.


마케팅 믹스는 연극 연출가의 역할이 필요한 작업이다. 각각의 요소들이 따로 떨어져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가 바뀌면 거기에 맞게 다른 요소들도 모두 조정해야만 한다.




마케팅 믹스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직접 만나는 것으로, 마케팅의 실행을 위한 마지막 단계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 맞추어 전략을 구성해야만 한다.


4Ps MIX 전략은 소비자들이 직접 마주하게 되는,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촉진) 4가지 전략으로 구성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프로세스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어떤 가격에, 어떤 유통을 통해서, 어떤 판촉 도구를 이용해서 팔 것인가를 조화롭게 기획하는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이 4가지 요소들을 통해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연극 연출가처럼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앙상블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느 하나만 특출 나다고 해서 올인하다 보면 다른 것들을 잃을 수 잃게 된다. 재미난 이벤트만 기억나고 유통이 안되어 매출이 안 나오거나, 제품은 일회용품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면 재구매가 안 이루어진다. 그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성과를 만들 수 있다.



혼자 놀면 안 돼!


우리의 상품 구매 과정을 보자.


상품의 정보나 구매 혜택을 판매촉진(Promotion)을 통해 만나게 되고, 그것을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매장이나 홈페이지 같은 유통망(Place)을 찾게 된다. 그러고 나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여 만족하면 가격(Price)을 지불하고, 그 제품(Product)은 나의 것이 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4가지 요소를 분석하고 유기적으로 전략을 짜는 것을 4Ps 마케팅 믹스라 한다.


아무리 차별적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도, 그것이 있는지도 모른다면 이전의 과정들은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다.


당연히 그것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다. 신발이나 옷같이 자기 몸에 꼭 맞는 것을 고르려면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온라인 매장이나 홈쇼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기에 합당한 가격이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야"라던가 "바가지 썼네"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실패한 가격 전략이 된다.


그 무엇보다도 제품이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4가지 개별적인 전략들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잘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 믹스는 거대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적정한 가격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홍보하여 판매를 늘리는 것이 대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그만 식당이나 중소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마케팅 믹스는 거창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만이 아니라, 음식점 창업처럼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수작요리 전문점 '와라와라'의 초창기 론칭 과정을 보자.


'Hand Cook Dining Pub'을 외치며, 즉석으로 만드는 수작요리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으로 시작한다.


그들의 제품 전략은, 레디 메이드(Ready-made) 제품이 아닌 즉석으로  만드는 수작요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대접받는 서비스도 상품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미스터리 쇼핑을 도입하여 서비스 품질을 수시로 크하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우수직원 장학금 지급을 하여 동기를 부여한다.


가격 전략은, 고급스럽지만 대중적인 콘셉트로 15,000원 내외의 메뉴가 중심이다. 고급 음식점에 비해서는 싸고 일반 가게보다는 조금 비싼 중가 전략이다.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는 계산된 전략인 듯하다. 즉 가격과 양의 조절을 통해 추가 주문이 가능토록 하여, 고급 수작 요리를 다양하게 즐기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유통 전략은, 사업 초기에는 수작 요리의 특성상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직영점 체제를 유지하며, 10여 개 이상의 직영 매장 확보를 목표로 한다. 또한 고급스러운 분위기 제공을 위해 대형 점포 위주의 유통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나중에 공동창업에 이어 가맹점 모집을 하며 100여 개 점포로 유통망이 확장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전략을 바꾼 것이어서 다른 전략들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홍보 전략은, 주로 각종 매체를 통해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알린다. 그러나 요식업의 특성상 개인 SNS를 통한 입소문이 더 유용하게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지원한다. 현재는 가맹사업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보가 매우 보수적으로 보여, 마케팅 믹스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다.




와라와라의 사례를 마케팅 믹스에 적용해 보았다. 정교하고 완성된 전략은 아니나, 규모와 관계없이 어느 업종에서나 마케팅 믹스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소규모 창업을 하더라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렇듯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늘 결과 도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생활 속에 습관화시켜야 한다.


4가지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되어 결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므로, 한 가지 전략의 실패가 사업 전체의 실패를 가져옴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는 한 부분의 변화가 생기면 나머지 전략의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살아가는 데도,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조화가 필요하듯이, 혼자 살 수는 없다. 마케팅 믹스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분야가 자기주장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기획자는 늘 이런 의견 충돌의 가운데 서 있게 된다.


잘 조화된 유기적 통일체를 구현하기 위해서, 과다한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서 서로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연출자는 괴롭다. 그러나 결과물에서 느끼는 희열을 이미 경험했었기에 그것을 감수한다.



4Ps 마케팅 믹스는 공연 연출이다.

4Ps 마케팅 믹스는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다.

4Ps 마케팅 믹스는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분이 마뀌면 다른 것들도 연쇄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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