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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30. 2020

자본조달의 필수조건

실패한 금융가, 장자(莊子)

홍대에서의 만남 이후, 김 군은 자신감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았다.

특히 돈과 특별한 기술만이 아닌, 아이디어와 인간관계나 열정으로 꿈을 만들어낸 젊은 사업가들에게서 많은 감동을 느낀 듯하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연락이 뜸하다.

자본이란 자기가 가진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부족할 때는 다른 곳에서 조달을 해야 한다. 그러 때 필요한 것이 자본 조달이다.


"무슨 일이 있나?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한동안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더군."

"제가 조금 어려운 일이 있었어요."

"왜? 무슨 일로?"

"마지막 등록금 구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습니다."

"학자금 대출이 안되나?"

"그동안 학자금 대출이 쌓여서 부담도 되고 해서, 좀 힘든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것을 채웠습니다."

"고생했군. 오랜만에 내가 밥으로라도 보신을 해줘야겠네."


저녁에 만나 고깃집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학자금 대출 얘기가 나온 김에, 부채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니, 자금조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자본이란 자기가 가진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부족할 때는 다른 곳에서 조달을 해야 한다. 그러 때 필요한 것이 자본 조달이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매우 위험한 것이나, 사업을 함에 있어 자기 돈으로만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적절한 자금 조달 방법이 필요하다. 투자금이 아니라 때로는 차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과 부채, 그리고 자산 


사업을 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금'과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무언가를 이루는 데 자신의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개미처럼 저축해서 시드머니를 만들고, 그것을 투자 운용하며 크기를 키워, 자금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기초 자금은 만들더라도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고, 사업을 하다 보면 규모의 성장과 긴급 상황 발생 등으로 추가 자금이 반드시 필요로 하게 된다.


자산(재산)이란 자본(순재산)과 부채(빚)를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가 허세를 떨며 "나는 강남에 아파트 한 채 밖에 없어"라고 말한다. 지금같이 가격이 폭등한 강남 아파트 한 채는 20~30억 원에 달한다. 자신이 부자라고 자랑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온전히 자기 돈으로만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드물다.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담보대출이 시가의 50%로 제한됨을 고려하면, 집값의 절반 정도는 빚인 셈이다. 그리고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내어야 하니, 이율이 조금 싼 월세를 사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얻는 수익은 원래 자기 자금인 50%이므로, 원래 보유자금 대비 수익률은 2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하락의 경우에는 2배의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재산세를 낼 때는 대출을 고려하지 않은 시세에 따라 세금을 내니, 부채를 포함하여 자기 재산이라 말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주식투자에서도, 자기 자금이 적은 경우에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신용을 이용하여 원래 자기 자금의 2배 정도를 투자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것을 두고 레버리지 효과를 키운다고 말한다. 남을 돈을 지렛대처럼 이용해서, 원래의 자기 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만들려는 행위이다.


아파트의 경우,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자기 돈은 5억뿐이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은 10억짜리 집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가격의 상승으로 얻는 수익은 원래 자기 자금이 50%이므로, 원래 보유자금 대비 수익률은 2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하락의 경우에는 손해도 2배가 된다. 


그러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투자를 받거나 돈을 빌리는 방법과 수단 확보에 익숙해져야 한다.



장자도 재난지원금을?


나는 자금조달과 관련된 강의를 할 때, 장자(莊子)의 잡편(雜篇) 중 외물(外物)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 "철부지급(轍부之急)"을 종종 인용해 왔다. 


최근 들어, 혹자는 이를 코로나 재난지원금이나 장자의 유머를 설명하는 데 쓰기도 하지만, 필자가 인용하는 이유는 돈을 구할 때의 절실함과 대비하여 빌리는 방법에 있어,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철부지급(轍부之急)


장자가 곤궁하여 식량이 떨어지니, 마을의 관리인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장자의 요청에 감하후가 말했다.


"빌려드리지요. 내가 세금을 거둔 다음에 선생에게 삼백 금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 도중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습니다. 돌아다보니 지나간 수레바퀴 자국 가운데 있는 붕어였습니다."


"붕어야,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동해의 물결을 관리하는 용왕의 신하입니다. 선생께 한 바가지의 물이 있으면, 저를 살릴 수 있으니 도와주십시오."


내가 말했습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내가 오나라와 초나라의 임금을 설득시켜, 물길을 만들고 서강의 물을 끌어다가, 너를 맞이하도록 하겠다. 어떠하냐?"


붕어는 성이 나서 말했습니다.


"저는 제가 늘 필요로 하는 물이 없어 당장 몸 둘 곳이 없습니다. 저는 한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차라리 저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으소서."





'철부지급'을 문자대로 해석하면,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의 웅덩이에 빠진 붕어의 위급함"이다.


사업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는 상황이다. 위급하기에 그때 필요한 자금조달은 붕어의 한 바가지 물과 같이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경우야 당연히 대출 상품이 널려 있다. 그러나 자신이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단순히 투자나 차입을 요청하면 누가 주겠는가? 


장자의 일화를 보면, 그는 투자를 받거나 차입을 함에 있어 기본 사항들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설사 그가 아무리 지명도 있는 인물일지라도, 자신의 신용도를 떠나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자금조달의 필수조건  


돈을 차입하려면, 차입의 목적과 크기, 시기, 이자(수익) 제안, 상환능력과 계획 등을 제시해야 한다. 차입 제안 요소들과 투자자의 의사결정 요소들이 상호 간에 일치해야만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장자가 감하후에게 한 것 같은 매우 일방적인 자금 요청이라면, 현재의 자금시장에서는 누구도 그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1. 필요 자금의 목적, 크기.


장자가 감하후에게 자신이 지금 매우 곤궁하여, 당장 먹을 곡식조차 없으니 죽을 지경이라며, 돈이 필요한 목적을 말했다. 요즘 말로 하면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개인적으로 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더불어 얼마나 필요한 지도 불명확하다. 당장의 하루치 곡식이 필요하다는 것인 지, 일 년 치가 필요하다는 것인 지. 


감하후 입장에서는, 설사 장자의 인품을 인정한다 해도 개인 자금을 제공할 의사는 없었던 듯하다. 세금을 걷는 관리 입장에서도, 장자에게만 지원금을 주면 다른 백성들과 비교하여 공정성과 특혜 시비가 걱정되었을 것이다. 


돈이 필요한 목적과 그 크기가 불분명하면, 투자자는 의사 결정을 할 수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납득할만한 사업 목적과 그것이 이루고자 하는 크기가 추정되어야 자금의 크기를 판단할 수 있다. 크기가 판단되면 투자자 자신의 자금 여력을 고려하여 투자의 크기를 결정한다. 


다시 말하면 돈이 필요한 목적과 크기가 투자의 목적과 크기에 일치해야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자금능력이 부족한 투자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2. 자금의 필요시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금의 필요시기이다. 장자는 오늘 당장 필요하다는 것인 지,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 달라는 것인 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 감하후가 세금을 걷은 후에 주겠다고 답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투자자가 사업자의 필요시기에 맞추어 투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하다. 투자자라고 항상 현금을 방안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정부의 각종 사업 지원자금의 경우, 사업별로 신청이 가능한 시기가 재각각 다르기 때문에, 사업자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기와 미스 매칭 되는 경우가 많다. 


일회적인 투자가 아니고 연속적 투자라면, 더더욱 액션 플랜의 타임 테이블이 필요하다. 사업자가 사업의 실행단계별 일정과 시기별 필요자금의 크기를 판단하여, 투자금을 나누어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고려한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3. 상환 능력.


장자는 어떻게 돈을 모아서 갚겠다는 자신의 상환 능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설사 그가 매우 존경받고 있는 인물일지라도, 그것이 경제활동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현시대에는 어떤 일에도 공짜는 없다. 적어도 감하후에게 그만을 위한 시 한 수라도 지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것이 자네의 돈에 대가라고 했어야 한다.  


무담보 대출의 경우, 대출 여부는 기술 평가나 신용도 평가로 결정된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다시피, 신용도는 장자처럼 단순히 인지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과 급여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어야 상환능력을 인정받고, 그나마 천만 원 단위의 신용 대출이 된다. 


요즘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에서, DTI(총부채 상환 비율)와 DSR(총체적 상환능력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상환능력을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사업성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신용 역시 평가 기준의 하나이다. 


사업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금에 상응하는 보상과 대출금 상환에 대한 충분한 가치와 능력이 있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4. 상환 계획.


앞의 것들조차 행하지 않았으니, 장자가 빌린 돈에 대해서 어떤 대가(배당 또는 이자)를 어떤 방식(월납 또는 연납)으로, 그리고 원금 상환(지분 제공 또는 거치 후 상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좋게 얘기하면 돈에 초월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책 없는 사람이다.


상환 계획은 결국 사업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와 연동된다. 다른 글에서 이 모든 것을 담는 사업계획서에 대해 다룰 것이다. 


상환 계획은 투자자에게, 사업자의 상환 능력이 합리적인 지를 판단하는 요소이기도 하나, 자신들의 투자 행위를 지속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사업자의 상환계획은 투자자의 투자금 관리 계획이기도 하다.


내가 흠모하는 장자를 폄훼하려 인용한 것이 아니다. 노장 사상의 주인공을 돈 얘기로 끌어들인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자금조달은 사업자의 계획과 투자자의 계획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계획이 합리적이어야 투자자가 설득된다. 그러므로 사업자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자산(재산) = 자본 + 부채

자금 조달은 사업자의 Needs와 투자자의 Needs를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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