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며 커핑 수업은 점점 더 훈련의 성격을 띠게 됐다.
우리는 여전히 원두의 가치를 점수로 매기는 연습 스코어링 커핑,
동시에 ‘삼각 커핑’ 함께 진행되었다.
삼각 커핑 방식은 간단했다.
같은 방식으로, 같은 레시피로 추출한 원두 세 잔 중 다른 하나를 찾아내는 것.
클레버, 하리오, 칼리타 등 드리퍼만 달리하거나,
배전도만 살짝 다르게 한 원두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1번, 2번, 3번, 1그룹에서 ‘다른 하나’를 찾아내는 것.
이걸 8그룹이 있으며 반복하며 각 그룹마다 다른 하나를 찾아내는 훈련 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산미가 뚜렷한 원두나,
브라질의 고소함이 도드라진 원두는 비교적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브라질의 중배전과 약배전처럼 미묘한 차이를 가진 조합은 쉽지 않았다.
그럴 땐 끝맛의 미세한 울림이나, 입 안에 남는 잔향으로 판단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국가대표 커퍼들의 세계 이야기도 들었다.
두 잔 이상 틀리면 탈락이고, 누가 더 빨리 맞히느냐로 승패가 갈리는 세계.
나는 처음엔 같이 수업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느렸다.
맛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분석하느라 제출이 늦었다.
정답 개수는 거의 1등과 같았지만, 항상 ‘늦게 냈다’는 이유로 2~3등이었다.
아쉽진 않았다.
내 입으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커피를 찾아가는 것, 그게 중요했다.
물론 가끔은 정답을 듣고도 왜 다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자 속도도 정확도도 점점 올라갔다.
이제는 거의 항상 1등 아니면 2등으로 제출을 하며
오답은 1개 많으면 3개 정도였다.
수업은 더 깊어졌다.
이제는 한 그룹 안에서 원산지, 배전도, 심지어 에티오피아 G1인지 G4인지,
그리고 가향 원두인지 아닌지까지도 맞추는 훈련이 시작됐다.
당연히 어렵다.
특히 에티오피아 G1과 G4의 그룹을 이야기하는 건지
브라질과 에티오피아의 차이인 원산지 그룹의 차이인 건지...
즉, 그게 원산지를 묻는 건지, 에티오피아 그룹 차이를 묻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재밌었다.
매번 머리를 쓰고, 혀를 다시 세우고, 감각을 고르는 일은 고되지만 즐거웠다.
그렇게 감각이 정제되어 가던 중, 어느 날의 수업은 조금 달랐다.
원두의 가치 평가 이후, 선생님은 세 가지 드립 방식을 보여주셨다.
매뉴얼 방식: 일본식 추출, 중심부 물줄기 조절로 접촉 시간 조절
바이패스: 진하게 추출 후 물로 농도 맞추기
푸어오버: 1~2회만 빠르게, 물과 커피 비율을 정확히 유지
세 가지 방식 모두 맛이 다르게 느껴졌지만,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건 결국 선호의 차이일 뿐이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그날, 그 게이샤가 다시 등장했다.
예전에 선생님이 로스팅했던, 생두 가격이 무려 15~16만 원짜리 게이샤.
경제적 여유가 있으신 수강생 한 분이
“이거 제가 잘 못 내려서요… 선생님이 맛있게 한 번만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라며 게이샤를 들고 오셨고, 선생님은 흔쾌히 추출에 나섰다.
그리고 그날 그 게이샤로 핸드드립 수업을 배운 사람들끼리
선생님에게 배운 매뉴얼 방식으로
서로 누가 더 맛있게 내리는지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시간이 2주 정도 지난 그 게이샤 얼마나 맛있어졌을까?
라는 기대를 하면서
다시 마주한 그 커피.
그날, 나는 충격에 가까운 혼란을 느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