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이샤가, 다시 그 수업날 등장했다.
생두 1kg에 15~16만 원. 이름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값비싼 원두였다.
선생님이 두 주 전쯤 직접 로스팅했던 그 원두.
그때 우리는 모두 조심스러웠고,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맛있어진다”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렀다. 두 주가 지났다.
충분히 맛있어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나는 진공 보관기를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산소와 살짝살짝 만난 원두라도 1년이 지난 뒤에도 깊은 맛을 내는 걸 직접 경험하고 있다.
“이번엔, 정말 맛있겠지.”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그 게이샤를 세 가지 방식으로 마셨다.
매뉴얼, 푸어오버, 바이패스.
방식만 다를 뿐, 추출은 정교했고, 선생님이 다른 원두로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고급 게이샤 생두는 학생들 손에서 직접 추출되었다.
선새님에게 배운 레시피는 동일하게 공유되었고,
분쇄도도, 물의 온도도, 추출 시간도 전부 가이드에 맞춰졌다.
특별한 창작이나 실험 없이,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내리는 연습이었다.
다른 원두고 그렇지만 고급 원두 정도면, 기본적인 매뉴얼과 가이드만 따라도
그 품질이 충분히 표현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놀라웠던 건, 어떤 방식으로 내려도 맛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레시피도 같고, 추출 환경도 거의 동일한데, 커피는 계속해서 본질적으로 맛이 없었다.
로스팅 직후 마셨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묘하게 찌르듯 강하고, 중심 없는 맛이었다.
게이샤 특유의 복합적인 향이 있긴 했지만, 그건 끝에 겨우 느껴지는 그림자 같은 존재일 뿐.
“맛이 없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 차이로 설명되기엔, 너무 일관된 결과였다.
나는 이쯤에서 확신했다.
문제는 추출이 아니라, 그 이전.
로스팅이었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다른 수강생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선명한 리액션은 없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 속에서 은근한 경쟁이 시작됐다.
고가의 게이샤. 선생님의 레시피. 그리고 그걸 학생들이 직접 내리는 실습.
누구의 한 잔이 가장 나을까?
말로는 내기가 아니었지만, 실은 조용한 대결이었다.
나는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이 찡한 맛을 줄일 수 없을까?”
나는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찡한 맛을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게이샤를 내려봤다.
한 모금 마셔보니, 찡한 맛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대신 산미는 훨씬 강해졌고, 물맛이 느껴졌다.
단맛과 어우러진 산미라기보다는, 레몬처럼 날카로운 산미가 전면에 나섰고,
게이샤가 가진 풍부함은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 뒤, 선생님은 누가 내렸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커피들을 테이스팅 하셨다.
그리고 말했다.
“이게 제일 맛있네요. 그리고 이게 두 번째.”
1등은 어떤 수강생이었고, 2등은 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제일 먼저 탈락했다고 들었던 사람의 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그 사람이 내린 커피는 적어도 찡한 맛이 덜했고, 밸런 스는가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단맛 표현이 좋았다.
1등 한 커피는 전반적인 밸런스는 있지만 좋은 밸런스는 아니었으며
단맛이 부족했으며 그 찡하고 쓴맛....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맛이 나는 걸까?
나도 집에서 여러 게이샤를 마셔봤고,
1년 넘게 지난 원두임에도 감탄할 만큼 훌륭한 맛을 내는 커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커피는, 2주밖에 안 지난 로스팅된 원두인데도 도저히 맛이 없다.
나만의 착각인가 싶어, 여러 번 되짚었지만 감각은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이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로스팅. 문제는 거기에 있다.
선생님은 커피 창업 경력도 오래됐고, 본인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장사도 잘된다고 할 만큼, 카페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왜 체인점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을 만큼....
그런데...
커핑 수업에서 선생님이 “스페셜티”라며 가져오는 원두들은
내 입맛 기준에선 전부 맛이 없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걸까?
생각해 봤다.
혹시 내가 스페셜티 중에서도 너무 상위 원두만 골라 마셔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같은 원두라도 생산 시기에 따라 편차가 커서 그런 걸까?
하지만 결정적인 사실 하나.
내가 가진 같은 원두, 심지어 1년이나 지난 원두가 더 맛있었다.
같은 원두. 생산연도는 다를 수 있지만
말했듯 진공으로 보관을 하지만 잠깐씩 산소를 만난 1년이 지난 원두.
내가 가지고 있는 원두가 더 깊고 좋았다.
이쯤 되니 명확해졌다.
선생님은 운영과 아트, 매장 디렉팅에 강점이 있는 분이지,
로스팅 쪽으로는 전문가는 아니구나.
그게 나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나를 다시 또 한 번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로스팅은 결국, 내가 배워야 할 다음 단계구나."
맛이 없다는 사실은 때로 화가 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분명한 원인을 가지고 있을 때, 그건 배움의 자극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로스팅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 모든 불만과 실망이 나를 로스팅이라는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건 커피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욕망의 다음 페이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