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세계는 깊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커핑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제는 점수를 매길 때도 꽤나 감각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만큼 성장했다고 느낀다.
실제로 오늘도 점수대는 전체적으로 잘 맞췄고,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크게 어긋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내추럴과 워시드의 구분.
내겐 익숙했던 필터 커피 기준의 맛이 아니었고,
처음엔 당도와 바디감으로 비교했다.
선생님은 "당도가 무겁고 묵직하면 내추럴, 가볍고 산뜻하면 워시드"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헷갈렸다.
그런데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가 내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갔다.
“산미가 약하면 내추럴, 강하면 워시드입니다.”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아… 그렇다면 2번이 내추럴이겠구나.’
너무 단순한 기준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집에서 내가 내려 먹는 수많은 내추럴 커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건 분명 워시드보다도 산미가 강할 때도 많았고, 향미도 훨씬 복합적이었다.
도대체 이 차이는 뭘까?
그리고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로스팅이다.
원두가 가진 잠재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결국 로스팅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걸 오늘 다시 한번 깊이 체감했다.
2년 넘게 홈카페를 하면서 내 손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 안에서 내가 발견했던 맛, 향, 깊이는 어쩌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정성껏 로스팅된 원두를, 그 원두의 온전한 맛을 살릴 수 있도록 푸어를 반복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커핑을 통해 배운 것들, 핸드드립을 통해 실험한 것들,
그 모든 경험 위에 이제는 '로스팅'이라는 새로운 층을 쌓고 싶다.
그저 카페에서 쓰는 로부스타, G4 등급 커피를 '에티오피아 원두'라 부르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등급과 품질을 이해하고, 그 원두에 가장 어울리는 로스팅을 직접 해보고 싶다.
서울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로스팅 수업은 아니지만,
지방에서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로스팅을 배우고,
작은 로스터기라도 집에 들여놓고 직접 구워보고, 맛보고,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커피는 알면 알수록 어렵고, 그만큼 매력적이다.
이제 나는 그 깊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로스팅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