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우릴 발견하고 미친 듯이 달려왔다.
나는 만든 칼을 움켜쥐고 눈을 찔끔 감았다. 그리고 달려오던 좀비를 향해 찌르자 칼끝이 놈의 목에 깊이 박혔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진득한 감촉과 피가 퍼지는 소리에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좀비들이 동시에 덮쳐 들어왔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1층 출입문을 밀치고 그냥 뛰쳐나왔다.
어떻게 나왔는지도, 바깥에 좀비가 있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1층 출입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대구은행 ATM 기기 옆에 몸을 숨겼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었고,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놀랐다.
마트 주변, 입구에서 멀지 않은 도로에는 수많은 좀비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아까 총소리가 들리던 그 전투의 흔적이었다.
군인들과 싸운 좀비들, 그리고 일부는 나를 쫓아 마트 안에서 튀어나온 놈들이 섞여 있었다.
멀리, 입구에서 꽤 떨어진 고가도로 아래쪽에는 또 다른 좀비 무리가 서성이고 있었다.
처음엔 우연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들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소리를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한 본능적 공격이 아니라, 무언가를… 대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
이놈들이 진화를 시작하는 걸까?
그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지만, 지금은 생존이 먼저였다.
다시 1층 안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철제 펜스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 안쪽, 유리문 너머로 보안팀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를 뒤져 좀비들을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려고 캔을 찾는 순간—
죽은 좀비들 사이에서 뭔가 반짝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피범벅이 된 군복 아래 K2 소총이 드러났다.
옆에는 탄약통이 굴러다녔다. 탄창도 있었다.
나는 조심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손을 뻗었다.
소총을 집어 들었을 때, 내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이거면 된다…”
군 복무 시절 손에 익숙했던 감각.
죽은 군인의 탄창 조끼까지 벗겨서 입었고,
빈 탄창도 전부 챙겼다.
가능한 만큼 탄약도 가방에 밀어 넣었다.
무게가 어마어마했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이 좀비였다.
그리고
지금 1층 출입문에 있는 좀비를 향해
발포하면 마트 주변 좀비가 전부 몰려들 수 있어서
나는 다시 ATM 옆으로 몸을 숨겼다.
숨을 고르고 있는데,
유리문 너머로 보안요원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보여주었다.
『본관 주차장으로 오세요』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좀비 몇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날 눈치채지 못했다.
입구 근처, 내가 차로 막아둔 본관 쪽으로 접근했다.
차문을 조심히 열고 뒷좌석에 올라탄 뒤 조수석으로 몸을 옮겨 반대편 문으로 빠져나왔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4층에 도착하자 보안팀이 마중 나왔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있었다.
내가 보여준 소총과 탄창에 그들도 놀랐고,
모두가 다시 한번 생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사람들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와 계획을 다시 세웠다.
"1층은 이제 안전해. 하지만 지하는 아직이다."
보안팀 2명과 나는 무장을 다시 갖추고 지하로 향했다.
통제실로부터 전달받은 정보에 따르면,
지하 2층과 3층에 좀비가 남아 있다고 했다.
우리는 통제실에서 CCTV를 통해
여러 마리의 좀비 위치를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축축하고 숨이 막혔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총구를 조용히 들이밀었다.
스읍—
하—
숨을 고르며, 방아쇠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한 마리의 좀비가 무언가에 반응하듯 고개를 틀었다.
나는 그 미세한 움직임에서 또 하나의 이상함을 느꼈다.
그놈이…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를 느끼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정말… 단순한 감염자들이 맞는 걸까?
그 물음과 함께, 나는 조준선을 맞췄다.
그리고 첫 총성이, 지하의 어둠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