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타타탕!”
옥상 위까지 울려 퍼지는 총성.
나는 조용히 몸을 낮추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살폈다.
4층 옥상 난간 아래, 거대한 전장이 펼쳐져 있었다.
군인들이었다.
한 줄로 늘어선 채, 좀비 무리와 전면 교전 중이었다.
탄환이 쏟아지듯 날아들었고,
좀비들은 머리를 맞지 않는 이상 계속 일어났다.
어떤 놈은 다리에 총을 맞고도 다시 달려들었고,
완전히 다리가 절단된 좀비만이 기어 다녔다.
나는 침착하게 좀비의 상태와 특징을 분석하며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도중—
군인들 뒤쪽, 건물 반대편에서 또 다른 무리가 몰려왔다.
포위였다.
미친 듯이 총을 쏴대는 군인들,
그들의 소리보다, 포위되는 그 장면이 더 공포스러웠다.
문득, 머릿속을 스친 생각.
“설마… 동대구 IC 근처에 모여 있던 그 무리인가?”
거리상 말도 안 되지만,
이 전투가 시작된 지 이미 1시간은 넘었다.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침을 삼키고 휘영을 바라봤다.
“들어가자. 지금 아니면 못 들어간다.”
우린 이마트 내부로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감염된 사람이 타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조용했다.
비상계단은 평소에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으니.
나는 지하 물류창고의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1층과 2층 사이 어딘가,
직원들만 다니는 공간 어딘가에 통제실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지하 1층을 향해 내려가는 도중,
우린 비상계단 안에서 좀비 2명을 마주쳤다.
이마트 직원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휘영은 조용히 2층 비상구에서 조심스럽게 2층을 확인하고 대기하였고
나는 1층 문을 조용히 열어 지하 1층에 있던 좀비들을 소리를 유도했다.
예상대로 좀비는 소리에 반응해 미친 듯이 1층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1층 문을 활짝 열어 문뒤에 숨어있기에
나는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놈들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머물렀다.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1층 출입구 쪽으로 던졌다.
그 소리에 반응해 좀비들이 출입문 쪽으로 몰려갔고,
나는 그 사이 철제 펜스가 내려와 있는 걸 확인했다.
비상문을 닫고 휘영을 불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트 내부가 너무 조용했다.
좀비는 둘 뿐.
이 넓은 공간에?
나는 직감했다.
“누군가 여기를 통제하고 있다.”
지하까지 내려간 우리는,
비상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주변을 살폈다.
좀비 몇 마리가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 정돈되어 있었고,
철제 펜스가 출입문마다 다 내려와 있는 걸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이곳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점령당한 공간이었다.
우리가 마트 뒤쪽 창고로 가는 작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
내 목에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너희 누구냐. 어떻게 들어왔냐.”
목소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좀비를 피해 들어왔습니다. 주차장 쪽 펜스 부수고 들어왔어요.”
“... 그럼 그 펜스 망가뜨린 게 너희였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짧게 욕을 내뱉었고,
“여기 좀비 유입되면 어쩔 건데.”
라고 말했지만,
곧 통신기를 통해 다른 생존자들과 소통한 뒤,
우릴 임시 거점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우릴 적대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관찰만 했다.
한 남자가 말했다.
“마트 안에 아직 좀비 몇 놈 남아있어.
그거 처리하면 너희 받아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근데 혼자선 어렵습니다.”
건장한 보안요원 두 명이 나섰고,
통제실에서 상황을 보며 협조해 주겠다고 했다.
우린 무기를 준비했다.
1층 캠핑용품 코너에서 칼을 찾아 창처럼 개조하고,
캔 사료로 유인 전략을 짰다.
1층 출입구로 참치캔을 던지자,
좀비 몇 마리가 반응했고,
통제실에서 펜스를 들어 올려줬다.
문제는, 유리문을 어떻게 열 것이냐였다.
그때 나는 작은수레처럼 생긴 이동식 판매대를 발견했다.
우린 그 뒤에 숨어 아주 천천히 이동했고,
나는 유리문 손잡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
뒤에서 뭔가 튀어나왔다.
한 좀비가...우릴 발견하고 미친 듯이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