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

12.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아름다운 사람

by 우승희

성을 기울이고 나라를 무너뜨린다 하여도, 그런 미인은 다시 얻기 어려우리!
寧不知傾城與傾國,佳人難再得!《한서·이부인전》


한나라의 황제 한무제는 음악과 춤을 무척 좋아했어. 궁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이연년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이런 시를 지어 불렀지.


“북방에 절세의 미인이 있어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운다네.”


무제는 이 시를 듣고 감탄했어.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말했을 때, 옆에 있던 평양공주가 말했어. “바로 이연년의 여동생이 그런 미인이에요.” 무제는 그녀를 궁으로 불렀고, 그녀의 춤과 자태에 곧 마음을 빼앗겼어. 그 사람이 바로 이부인이야. 이부인은 왕의 아들을 낳았지만, 곧 병이 들었어. 무제는 친히 병문안을 오며 “한 번만 얼굴을 보여주면 오빠와 동생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이부인은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얼굴을 가린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어. 무제는 화가 났지만, 그녀가 죽은 뒤 오히려 그리움은 더 깊어졌어. 이부인을 황후의 예로 장례를 치르고, 그녀의 가족에게도 높은 벼슬을 내렸지.


옛 이야기를 읽은 지금의 너에게


이연년의 시에서 유래한 ‘경국지색’은 훗날에는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여러 미인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어. 하지만 여기 나오는 이부인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단다. 이부인은 병이 깊어지자 자신의 초췌한 얼굴을 황제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했어. 혹시 겉모습이 변한 자신을 보고 그의 마음이 멀어질까 두려웠던 걸까? 지금 우리가 보기엔 그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게 느껴져. 진짜 소중한 사랑이라면, 변하지 않는 건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어야 하니까. 너도 혹시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될 때가 있니?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 봐. 정말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거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따라 바뀌는 나보다, 내 안의 나를 믿고 지켜주는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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