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른을 위한 글쓰기

매일의 세수와 같다

by 우승희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한다. 세수를 해야 비로소 개운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소박한 루틴이다. 어제는 이미 지난 과거이고, 또다시 새로운 날이 찾아왔다. 새로움이라는 단어에는 설렘이 담겨 있다. 새로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주어지는 오늘 하루이다. 오늘 하루는 단지 어제를 반복하는 것인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생겨나게 될 것인가. 하루가 다르지 않게 이어지듯이 세수를 하는 행위도 새삼스럽지 않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 의미를 흘려보내지 말고 잡아야 한다. 매일 똑같은 것처럼 느껴져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도 때로는 변화를 기대하고,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원한다. 복받치는 감정이 아니라 일정하게 안정된 마음을 리듬을 가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유익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제 쌓인 감정은 아직도 남아있고, 어제 쌓인 자잘한 생각들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담겨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것들도 먼지처럼 쌓여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잡동사니가 내 서랍을 가득 채우면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게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것들이 나를 무겁게 만드는 것이다.


탕의 대야에 새긴 글에서 말하길, 진실로 새롭게 하라.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

湯之盘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대학·제3장》


글을 쓰는 것은 매일 세수를 하는 것과 같다. 마음속에 쌓여있는 잡다한 생각들을 씻어내야 비로소 마음이 개운해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인 것이다. 상商나라를 세운 탕湯은 대야에 이런 글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진실로 날마다 새롭게 해야 한다는 글귀를 대야에 적어 놓은 이유는 매일 씻을 때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야에 새겨 놓은 이유는 이렇게 다짐을 하는 것이 곧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과 씻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은 날마다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만물을 키워내는 기본이다. 그 루틴이 달라지면 이 땅에는 한 가지 생물도 살아남지 못한다. 사람에게도 달라지지 않는 일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일상도 마찬가지로 삶을 지탱하고 이어나가는데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새로움과 특별함을 추구하기 위해 장소를 바꾸고 다른 것을 누리고자 한다. 하지만 매일 새롭게 하는 일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수를 하고 몸과 마음을 깨우는 것이 바로 새로움의 시작인 것이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글을 써서 마음을 꺼내 보고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로 고전에서 말하는 새로움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밝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릿해지고 퇴색하기 마련이다. 밝은 마음을 되찾고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바로 새로움의 의미인 것이다. 먼 곳에 찾아가서 다른 것들을 경험한다고 해서 마음의 새로움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일상 안에서 글을 쓰면서 매일매일 찾을 수 있다. 오늘 하루의 밝음은 내일의 밝음을 보장하지 못한다. 일정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매일 새롭게 쓰고, 또다시 새롭게 써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날마다 세 번 반성한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들과 사귀면서 믿음이 없었던가? 전수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

吾日三省吾身 為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논어·학이》


증자曾子는 날마다 이렇게 세 가지 반성을 했다고 한다. 매일 점검하지 않으면 점점 더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된다. 고전을 처음 접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당연한 말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새로울 것도 없고, 신선한 것도 없다. 사람들은 대개 새로운 것에 이끌리지 기존의 것들에 이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마음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살아가기는 어렵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고자 하면 그것은 낡고 고루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삶 속에서 적용하면 마음이 바뀌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된다. 친구에게 믿음을 잃지 말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배운 것을 가슴속에 새기는 것도 뿌듯함과 만족감을 주는 일이다. 익힌다는 것은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배움을 나의 것으로 만들 때의 희열은 어떤 것에 못지않다.

성현은 이러한 반성을 따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제 생각했던 것이나 어제 다짐했던 것을 하루만 지나도 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 이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다. 쓸게 없어서 쓰지 못하는 사람도 이렇게 반성하는 글쓰기는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고 수단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지, 사람을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으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 보게 된다. 쓰기 전에는 나의 마음속에 이렇게나 많은 죄책감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쓰기 시작하면 잘못들이 드러난다. 글쓰기는 잘못들을 드러내서 고치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는 행위인 것이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이처럼 글쓰기로 얻어낼 수 있다. 매일 세수를 하듯이 글을 써야 그동안 쌓여 있던 앙금이 풀리고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이 살아진다. 증자처럼 성현이 될 수는 없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은 좋지 않은 일이 아니다. 성현이 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가갈 수 없다고 해서 꿈꿀 수 없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을 좇고 꿈꾸는 것이 더욱 이상한 것이 아닐까. 왜 바른 길로 가야 한다는 말은 우스꽝스러워지고 허황되고 잘못된 길로 가려는 것에 대해서 박수를 쳐주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글쓰기를 통해 그런 외부의 것들이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올바른 마음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매일 세수를 하는 것이다. 매일 마음 위에 쌓여있는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서 밝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사로운 감정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바라볼 수 있다. 쓰면 쓸수록 저절로 나에 대한 반성의 시간들이 찾아오고 그것을 점검하는 것이 나를 바꾸고 나의 삶의 바꾸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의 새로움인 것이다. 글쓰기는 바로 나의 일상의 새로움이고, 또 새로움을 더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새로움은 진정한 새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외부에서 마음을 미혹되게 끌어당기는 미끼 같은 것이다. 내부에서 나의 새로움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또 써야 한다.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글을 쓰고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잘못된 것을 점검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일 세수를 하듯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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