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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Nov 28. 2021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윤하, 《별의 조각》


전공 시험을 망쳤다. 사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상실감에 빠져서이다. 공부를 하던 중 문득 들어간 SNS에서 사람들의 수많은 성공담을 목격했다. 사소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 비슷한 나이임에도 벌써 독창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 내가 가려는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는 사람. 그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한편, 그에 비한 내 자신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저 사람들은 벌써 두각을 드러내는데, 나는 책상에 앉아서 왜 이런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펜은 내 손에서 멀어지고 내 몸과 마음 또한 책상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나는 시험을 망쳤다. 기분이 안 좋은 탓에 내 상실감을 커져가만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가만히 빠르게 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만 보았다. 나는 왜 이 정도 사람인 걸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무엇인 걸까-하는 자책을 하며 멍을 때리며 버스에 내 몸을 실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마주친다. 학교나 직장에서 수많은 지식이나 일거리에 치이고, 동료들 간의 사소한 일로 갈등이 생기거나, 믿었던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기를 반복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닳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면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의심은 커져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무엇일까?" "나는 이 사회에서, 혹은 사람들에게서 어떠한 존재일까?" 그리고 답을 갈구한다. 하지만 답을 찾으려고 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줄어들고 답과는 점점 멀어진다. 애초에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윤하, 《별의 조각》

이런 우리에게 윤하의《별의 조각》은 우리에게 한 가지 작은 위로를 건넨다.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답을 찾기보다는, 이 상황에 순응하기로 한 것이다.


하이데거의 '피투성'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태어난 사실 자체와 태어난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내 자신을 받아들인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이 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 별을 밝게 빛내는 존재를 사랑하고
이 별의 조각의 되어버린 내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사랑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마련한다. 자책보다는 위로를, 절망보다는 희망을, 우유부단함보다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심어주어 어떠한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는 단단한 갑옷을 메는 길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하의 《별의 조각》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윤하, 《별의 조각》 M/V

가사

무슨 이유로 태어나
어디서부터 왔는지
오랜 시간을 돌아와
널 만나게 됐어

의도치 않은 사고와
우연했던 먼지덩어린
별의 조각이 되어서
여기 온 거겠지

던질수록 커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해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까만 하늘 반짝이는
거기선 내가 보일까
어느 시간에 살아도
또 만나러 올게

그리워지면 두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해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실수였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만날 그날을
조금만 기다려줄래
영원할 수 없는 여길
더 사랑해 볼게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실수였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낮은 바람의 속삭임
초록빛 노랫소리와
너를 닮은 사람들과
이 별이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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