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별의 조각》
전공 시험을 망쳤다. 사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상실감에 빠져서이다. 공부를 하던 중 문득 들어간 SNS에서 사람들의 수많은 성공담을 목격했다. 사소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 비슷한 나이임에도 벌써 독창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 내가 가려는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는 사람. 그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한편, 그에 비한 내 자신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저 사람들은 벌써 두각을 드러내는데, 나는 책상에 앉아서 왜 이런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펜은 내 손에서 멀어지고 내 몸과 마음 또한 책상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나는 시험을 망쳤다. 기분이 안 좋은 탓에 내 상실감을 커져가만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가만히 빠르게 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만 보았다. 나는 왜 이 정도 사람인 걸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무엇인 걸까-하는 자책을 하며 멍을 때리며 버스에 내 몸을 실었다.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이 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 별을 밝게 빛내는 존재를 사랑하고
이 별의 조각의 되어버린 내 자신을 사랑하고.
무슨 이유로 태어나
어디서부터 왔는지
오랜 시간을 돌아와
널 만나게 됐어
의도치 않은 사고와
우연했던 먼지덩어린
별의 조각이 되어서
여기 온 거겠지
던질수록 커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해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나를 실수했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까만 하늘 반짝이는
거기선 내가 보일까
어느 시간에 살아도
또 만나러 올게
그리워지면 두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해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실수였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만날 그날을
조금만 기다려줄래
영원할 수 없는 여길
더 사랑해 볼게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
태어난 곳이 아니어도
고르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실수였다 해도
이 별이 마음에 들어
낮은 바람의 속삭임
초록빛 노랫소리와
너를 닮은 사람들과
이 별이 마음에 들어